배 밖으로 나온 기술…AI 데이터센터로 영역 넓히는 조선업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8.18 14:32  수정 2026.08.18 14:32

HD현대중공업, 美 데이터센터 발전 설비 1조5831억원 수주

삼성중공업, 50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 개발…2028년 상용화

발전엔진·전력기기·유지보수까지…조선업 비선박 사업 확대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 데이터센터 조감도 ⓒ삼성중공업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조선 업계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선박용 엔진을 데이터센터 발전 설비로 활용하는가 하면, 데이터센터 자체를 바다에 띄우는 방식도 등장했다. 조선업에서 축적한 엔진·해양플랜트 기술을 활용해 선박 밖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기업인 코반에너지그룹과 956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발전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9.6메가와트(MW)급 ‘힘센엔진’을 100기 이상 투입해 총 1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 능력을 갖추는 사업이다. 생산된 전력은 현지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HD현대중공업이 체결한 발전용 엔진 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4월 미국 AEG와 맺은 6271억원 규모 계약까지 합치면 올해 미국 데이터센터용 발전 설비 수주액은 1조5831억원에 달한다.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처음 진입한 지 넉 달 만에 ‘조’ 단위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선박 추진·발전용으로 쌓아온 중속엔진 기술을 육상 발전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에 공급하는 힘센엔진은 대용량 중속엔진으로 고출력·고효율을 기반으로 24시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조선업계가 데이터센터 시장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4~5%에서 2030년 9~17%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송·배전망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대신 부지나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현장 발전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가스 기반 발전 설비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데이터센터 자체를 바다 위로 옮기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50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개념설계에 대해 미국선급협회(ABS)와 영국 로이드선급(LR)의 기본 인증을 확보했다.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 ABB와는 전력시스템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FDC는 데이터센터의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 등을 해상 구조물에 집약한 형태다. 육상에서 발생하는 부지 확보와 전력망 연결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데다 바닷물을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형 해양 구조물을 설계·건조하고 각종 설비를 통합해 온 조선사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HD현대 또한 사업 영역을 발전용 엔진에서 FDC까지 넓히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슈나이더일렉트릭과 부유식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상 플랫폼에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인프라를 결합한 통합 설계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계열사 간 연계도 확대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배전·전력기기 공급을 늘리고 있으며, HD현대마린솔루션은 발전용 엔진의 유지·보수 사업을 통해 후속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다만 사업화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발전 설비 분야에서 올해만 1조5000억원이 넘는 수주를 확보하며 매출 기반을 마련한 반면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아직 기술 개발과 인증, 사업 파트너 확보 단계에 있다.


리서치 기업 그로쓰리서치는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기존 조선업의 설계·건조 역량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며 “시장이 커질 경우 조선사뿐 아니라 발전 엔진과 전력기기, 유지 보수까지 관련 사업이 함께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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