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평양 해수면·심해 수온 동반 급등
기상재해보다 무서운 ‘국제 곡물 쇼크’ 선제 대응 시급
9월 강수 감소 땐 남부 가뭄 악화·가공식품 도미노 인상 우려
단순 기상이변 아닌 경제 리스크…‘기후-식량 조기경보’ 가동해야
강한 엘니뇨는 해양과 대기의 변화를 넘어 가뭄, 국제 곡물 수급, 식품가격을 동시에 흔드는 복합위험으로 꼽힌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1950년 관측 이후 가장 강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강한 엘니뇨가 북반구 가을과 겨울에 발생할 가능성은 9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69%는 이미 진행 중인 엘니뇨의 10~12월 3개월 평균 상대해양니뇨지수(RONI)가 +2.5도 이상을 기록해 기존 최고치를 넘어설 확률이다.
한반도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동태평양 수온 상승과 연관된 9월 강수량 감소 가능성, 남부지방 가뭄 장기화, 주요 곡물 생산국의 작황 악화가 당장 점검해야 할 위험으로 꼽힌다. 겨울철 기온과 강수 변동도 재난 대응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1997년 기록마저 넘어선다…1950년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동부 적도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편차는 +2도를 넘어섰다. 니뇨 3.4 지수는 +1.4도, 니뇨 3과 니뇨 1+2 지수는 각각 +1.7도와 +2.9도를 기록했다.
적도태평양의 해수면 아래 수온지수도 지난달 상승했다. 일부 수심에서는 평년보다 10도 높은 수온 편차가 관측됐다. 하층 서풍과 상층 동풍이 강화됐고, 중앙·동부태평양에서는 대류와 강수가 늘었다. 인도네시아 부근에서는 대류가 억제됐다.
동태평양에서는 해수면뿐 아니라 수온약층 부근까지 이례적으로 높은 수온 편차가 관측되며 해양과 대기의 결합이 강해지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NOAA는 이를 해양과 대기가 결합한 엘니뇨가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판단했다. 올해 말까지 강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번 엘니뇨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강한 엘니뇨로 발달하고 있다”며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이 두드러지는 전형적인 동태평양형 엘니뇨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 교수는 “동태평양 수온약층 부근에서는 평년보다 최대 10도 높은 수온 편차가 관측되고 있다”며 “중앙·동부태평양의 대류와 강수는 증가하고 인도네시아 부근 대류는 억제되면서 해양과 대기의 결합이 상당히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1997~1998년 엘니뇨를 넘어설지다. NOAA의 RONI 자료에서 1982~1983년 최고치는 +2.4도, 1997~1998년과 2015~2016년 최고치는 각각 +2.3도였다. 올해 10~12월 RONI가 +2.5도 이상이면 1950년 이후 최고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비구름 말리는 가을 엘니뇨…가뭄 누적된 남부지방 물 확보 ‘비상’
국내에서는 9월 강수량이 우선 변수다. 기상청은 7월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8~10월 엘니뇨 감시구역의 수온이 계속 올라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9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거나 비슷할 확률을 각각 40%로 제시했다. 10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다. 다음 3개월 전망은 24일 발표된다.
국 교수는 “엘니뇨가 발달하는 해 9월에는 동태평양 니뇨 3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을수록 한반도 강수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기존 연구에서 나타났다”며 “올해처럼 동태평양 수온 상승이 강한 상황에서는 강수 감소 신호가 나타날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 강수 감소 가능성이 현실화하면 남부지역의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이미 남부지방에는 강수 부족이 누적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전국 강수량은 220.0㎜로 평년 296.5㎜의 72.3%에 머물렀다. 경남은 68.0㎜로 평년 304.7㎜의 21.9%에 그쳐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
7월 전국의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8.3일이었다. 경남은 20.7일로 전국에서 가장 길었다. 부산과 김해, 울산 울주군에서는 ‘심한 가뭄’도 나타났다. 최근 6개월 부산·울산·경남의 누적강수량은 평년의 63.2% 수준이다.
국 교수는 “9월 강수량 감소가 실제로 나타나면 남부지방 가뭄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겨울철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한다. 엘니뇨가 발달한 겨울에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온과 강수량이 평년보다 높은 경향이 있지만, 북극 해빙과 유라시아 눈 덮임, 인도양·서태평양 수온 등 다른 기후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이는 강한 엘니뇨가 곧바로 특정 지역의 폭설이나 이상고온을 뜻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NOAA도 엘니뇨 강도와 지역별 영향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의 맹점…사료·가공식품發 물가 ‘뇌관’
우리나라의 경우 엘리뇨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비교적 한 발 떨어져 있다. 하지만 국제시장의 다양한 변수로 인한 간접영향권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특히 한반도는 날씨보다 국제 곡물시장을 통한 충격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엘니뇨가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동남아시아 등 주요 농산물 생산지역에 가뭄과 고온, 이상강수를 일으키면 옥수수·밀·콩·팜유·설탕 생산과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요 곡물 생산국의 작황이 나빠지면 곡물과 사료 수입가격을 거쳐 축산물·가공식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 겸 부경대 명예교수는 “이번 NOAA 발표의 핵심은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69%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이미 진행 중인 엘니뇨가 1950년 이후 가장 강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69%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강한 엘니뇨가 한반도 기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뚜렷하지 않지만 주요 곡물 생산지역의 기상이변을 통해 국제 곡물시장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곡물과 사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환율과 운송비 부담까지 겹칠 수 있다. 가격 충격은 사료비를 거쳐 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오 교수는 단기 대책으로 주요 곡물의 선구매와 전략 비축 확대, 미국·남미·호주에 집중된 수입선의 다변화를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요 수입국의 기후와 작황을 동시에 감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주요 생산국의 강수량과 토양수분, 폭염, 작황, 재고, 수출규제, 국제가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국가 기후-식량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조달 대상국의 농업기후를 정밀하게 감시하고 품목별 작황을 분석해 수입전략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역량이 앞으로 식량안보를 좌우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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