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폭로했더니 폭행한 삼촌에 칼 든 조카...대법원 판단은?

전기연 기자 (kiyeoun01@dailian.co.kr)

입력 2026.08.12 11:34  수정 2026.08.12 11:34

어린 시절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한 조카를 찾아가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삼촌에 맞서 부엌칼을 든 여성의 행동을 두고 대법원이 정당행위로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A(39·여)씨의 특수협박 혐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뉴시스

A씨는 지난 2023년 1월 부엌칼을 들고 삼촌 B(76)씨에게 욕설하며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는 어린 시절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이에 화가 난 B씨는 A씨의 집을 찾아가 귀가한 A씨의 얼굴을 때리고,이모가 싸움을 말렸는데도 서랍을 던지는 등 폭행을 이어갔다. 이후 가위를 들고 "너 죽이고 나 죽으면 된다"고 위협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이후 부엌칼을 들어 맞섰고 직접 112에 신고했다. B씨가 가위를 내려놓은 뒤에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칼을 들고 있었을 뿐 추가로 위협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A씨의 특수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은 B씨의 폭력이 A씨의 행동 자유를 억압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범행 경위 등을 고려해 벌금형의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정당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는 행위의 목적과 동기, 수단과 방법, 법익 균형, 긴급성 등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봤다.


특히 B씨가 A씨를 갑작스럽게 폭행한 데 이어 다시 폭력을 행사하고 가위로 생명을 위협한 만큼 A씨가 추가 가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칼을 든 행동 역시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공포심"에서 비롯됐고 B씨의 추가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대응이라고 봤다.


또 다툼의 발단과 경위에서 B씨의 책임이 더 무겁고 A씨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가벼웠으며 A씨가 직접 112에 신고한 뒤 추가 위협을 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A씨의 행동이 "B씨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라며 정당행위 요건을 충족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흉기를 든 행위 자체만을 떼어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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