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동의가 변수…특례 범위·수위 미정
산업부, 규제 완화 요구…노동부 “기존 제도 활용”
연내 특별법 추진…관계부처 협의 후 정부안 결정
김영훈(왼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메가특구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공식화했지만 주 52시간 특례는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의 이견 속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제2차 민관 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호남·충청·영남권에서 추진되는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속도전의 핵심 수단으로 거론됐던 주 52시간 특례에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연내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노동계의 반대가 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릴 사안은 아니라며 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속도전과 노동시간 단축…같은 목표, 다른 처방
메가특구를 통해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두 부처 모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연구개발(R&D)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놓고 산업부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노동부는 현행 제도 활용과 노동자 보호를 앞세웠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R&D 분야는 물론 스타트업을 비롯한 첨단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관 장관은 중국 기업의 치열한 경쟁을 거론하며 첨단산업은 개발 속도가 시장 선점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기업이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기에 근로시간 규제가 개발 일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이 안 들어가면 ‘앙꼬 빠진 찐빵’이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어도 지금 반도체 업계는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 등이 메가특구특별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건강한 토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노동부는 반도체 R&D 인력이 특별연장근로를 이용하면 일정 기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기존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 상한부터 없애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두 부처의 정책 방향도 엇갈린다. 노동부는 지난달 특별연장근로 반복 신청 사업장과 교대제 운영 과정에서 위법이 의심되는 사업장 100곳을 대상으로 장시간 노동 기획감독에 착수했다.
감독 대상은 연장근로 한도와 가산수당 지급 여부뿐만 아니라 휴식 부여 등 건강보호조치 이행 여부까지 포함한다. 노동부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기업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산업 경쟁력 앞세운 산업부…건강권 강조한 노동부
지난달 노동부가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추진 방향에는 소득 상위 3% 수준의 관리자와 R&D 인력에게 주 52시간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됐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늘려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노동계 동의를 강조하면서 부처 협의와 사회적 대화 결과에 따라 특례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법안의 최종 조정 구조도 쟁점이다. 정부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산업부가 법안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 관련 특례도 정부안 확정에 앞서 노동부와 조정해야 할 사안이다.
노동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청와대가 노동계 동의를 강조한 만큼 산업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예외 조항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
남은 쟁점은 산업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유연화 수준과 노동부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사이의 간극이다. 현행 특별연장근로로 해결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정부가 입증해야 한다.
청와대는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이 주 52시간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역과 노동계가 논의 공간을 마련하고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특례 도입에 앞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발의된 단계가 아니고 주 52시간 특례를 비롯해 조정해야 할 쟁점도 남아 있어 사전에 방향을 정해둔 상황은 아니다”며 “각계를 비롯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안의 방향을 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