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굳어져? 잘 녹여가며 해나가고파”…윤경호, 흔들림 없는 ‘대세’ [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8.06 08:30  수정 2026.08.06 08:30

‘중증외상센터의 유림핑 이어 ‘핑계고’서 활약

“코믹한 모습에서 출발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새 장이 열린 것 같아”

배우 윤경호는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행복한 순간”이라고 표현할 만큼 감사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유림핑’으로 사랑받은 직후 ‘핑계고’의 수다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대세’로 떠올랐다. 여기에, 최고 시청률 23%를 기록한 ‘김부장’까지. 윤경호는 ‘김부장’의 종영 인터뷰에서 울고, 웃으며 지금의 감사함을 거듭 강조했다.


윤경호는 하나 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에서 김부장(소지섭 분)의 친구이자 특수부대 ‘천산 부대’ 출신 박진철을 연기했다.


윤경호ⓒ눈컴퍼니

어려운 액션신을 능숙하게 소화해 쾌감을 선사하다가도, 성한수(최대훈 분)와 유쾌한 케미를 형성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윤경호는 최고 시청률 23%를 기록하며 종영한 ‘김부장’을 향한 뜨거운 반응을 차분하면서도, 즐겁게 누리고 있다.


“다시 못 올 행복한 순간인데, 그 순간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느낄 수 있을 때 만끽하고 싶다. 종영하는 날에는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 답장도 길게 쓰는 편이고, 손가락이 두꺼워 오타도 많아 답장을 많이 못 드렸다. 그날은 잠시 핸드폰을 두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들뜬 마음이 진정이 되더라. 그런데 지금에 너무 매몰돼 있으면, 다음에 제대로 못 할 것 같다. 혹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까 봐 걱정도 된다. 그런 걸 다스리는 게 필요할 것 같아 차분하게 보내려고 한다.”


유쾌하면서도 편안한 이미지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 만족했다.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나, 박진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녹여내려고 애썼다. 액션 하나에도 진철의 성격, 할 법한 행동들을 생각하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박진철의 초반 이미지는 안경 쓴 동네 아저씨였다. 기대치가 많이 낮으셨을 것 같다. 그럴 때 액션으로 반가움을 드리고 싶었다. 물론, 액션 할 때 너무 돌변하면 낯설 수 있다. 그래서 박진철의 수다스러움은 가지고 가려고 했다. 그게 어쩌면 더 여유 있어 보일 수도 있겠더라. ‘어디까지 극한을 경험해 본 사람이길래, 그런 상황에서도 수다가 나올까’ 싶은 거다. 그런 것들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티키타카로 함께 웃음을 선사한 박진철-성한수 케미에 대한 공은 최대훈에게 돌렸다. “애드리브는 최대훈이 최고”라고 동료 배우를 칭찬한 윤경호는 소지섭, 최대훈이 아니었다면 ‘김부장’ 삼총사의 호흡은 완성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대훈, 소지섭의 장점을 하나하나 언급한 동료들을 향한 애정을 거듭 표현한 윤경호다.


윤경호ⓒSBS

“최대훈은 정말 섬세한 배우였다. 보통은 철저하게 대본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대본에 입각해서 연기를 하려고 한다. 다만 이번에 감독님은 ‘정말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친구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는 그런 생생함에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이 고민을 했다. 최대훈이 준비를 많이 해왔다. 소지섭은 순발력이 좋고, 포인트를 정말 잘 짚어주셨다. 그리고 모두가 즐거웠다. 자칫 애드리브가 산발적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그것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잘 끌어주셨다. 본인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캐릭터까지 함께 짚어주면서 해주는데 그들 안에서 같이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김부장’의 행복은 같이 만들어낸 것 같다.”


‘아빠’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낸 것 같아 뿌듯했다. 친구의 딸을 구하기 위해 숨겨둔 능력을 꺼냈다가도, 가족 앞에선 다시 평범한 아빠가 되는 박진철의 서사에 더욱 공감하기도 했다. 윤경호는 실제 딸, 아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전하며 뿌듯함도 표했다.


“극 중 해남에서부터 걸어서 집에 도착했을 때, 예상과는 너무 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나. ‘어디 갔었어?’라는 가족들의 반응에 공감이 갔다. 요즘 딸이 사춘기인지 방에서 잘 안 나온다. 아들은 현관까지 나와서 환영을 해주는데, 딸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섭섭함이 있다. 아직 어려서 실시간으로 작품을 보지는 못하는데,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 보더라. 유튜브로 도는 밈도 본 것 같다. 친구들에게 들어서 안다며 내 앞에서 ‘락 앤 롤’을 따라하기도 하고. 귀엽다. 나는 실제로도 박진철과 닮은 것 같다.”


윤경호의 언급처럼, ‘중증외상센터’, ‘핑계고’를 거치며 대세 배우가 된 그는 각종 쇼츠, 짤로 ‘밈’까지 생성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김부장’의 흥행까지 추가하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사람에게 복이 있고, 행운의 시기가 있다면 그게 지금인가 싶다. 인생사 새사람에게는 바닥을 치는 순간이 있고, 그 시기를 잘 버티면 웃을 날이 온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순간들이 오길 바란다. 내가 산증인이지 않나.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인 분들은 지나고 보상을 받으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도깨비’ 이후 정말로 나를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으로 착각해 주는 분들이 있었다. 나도 한동안 빠져서 동네 쓰레기를 줍곤 했다. 부디 ‘김부장’에서는 빨리 나오길 바란다.”


윤경호ⓒ눈컴퍼니

‘핑계고’로 뜨거운 반응을 얻을 땐 당황하기도 했다. 예능 활약이 자칫 연기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응원과 위로에 고민을 털어냈다는 그는 감사를 표하며 눈물을 보였다. 울고, 웃으며 지금까지의 과정과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그에게선 진심이 느껴졌다.


“저는 예능에서 사랑받을 자신이 없었다. 예능은 예능감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대본 뒤에 숨어서 연기를 하는 것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윤경호라는 사람을 꺼내놓고 뭘 하라고 하면 할 자신이 없었다. 사실 말만 주저리주저리 하면서 템포를 떨어뜨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좋아해 주실 줄은 정말 몰랐다.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그런데 이번에 13시간 묵언수행을 하는 동안에 팬들이 편지를 많이 주셨는데, 어느 팬이 그 염려를 어떻게 알아보고 써주신 거다. ‘당신이 예능 이미지로 연기 활동이 가려질까 봐 걱정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캐릭터를 잘 소화해 줬기 때문에 당신을 궁금해하고, 사랑해 주는 것이니 앞으로도 솔직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시더라. 저를 따뜻하게 잡아줬다. 그때 만난 팬들이 다 은인들이다.”


앞으로도 유쾌한 연기로 웃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예능 이미지, 코믹한 캐릭터가 굳어질까 고민하기보다는, 장점을 잘 살리면 된다는 단담함도 생겼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은 윤경호의 연기 소신과도 다르지 않았다.


“무명의 윤경호에겐 기대치가 없었기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지금은 코믹한 모습에서 출발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새 장이 열린 것 같다. 이걸 잘 가지고 간다면, ‘웃는데 알고 보니 무서운 사람’, 아니면 반대로 재미없는 사람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굳어진 굳은살이 아니라 하나의 챕터가 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녹여가면서 서서히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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