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성 투기만 늘었다…장기 투자 실종된 韓 증시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6.08.04 07:05  수정 2026.08.04 07:05

7월 개인 코스피 순매수 14.2조…6월 대비 75% 급감

‘증시 대기자금’ 예탁금도 뚝…최고치 대비 35조원↓

레버리지로 변동성 확대…국내 주식시장 이탈 조짐

‘국장 장기 투자’ 문화 어디로…“신뢰 회복이 우선”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국내 증시 장기 투자’ 문화를 강조했으나, 시장이 하루에만 10% 이상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뉴시스

“주식은 장기 투자라더니, 하루 버티기도 어렵다.”


국내 증시가 사상 초유의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보다 자본시장’을 내세우며 장기 투자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오히려 단타만 살아남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월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4조1661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6월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56조5331억원) 대비 74.94% 감소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1일 기준 104조1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6월 4일(139조6948억원) 최고치를 기록한지 약 2개월 만에 35조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기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자금으로, 언제든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 성격이 짙다.


투자 열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투자자 예탁금 감소는 매수 대기 수요가 약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상장 이후(5월 27일~8월 3일) 코스피는 22.24%(8047.51→6257.4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9.90%(29만9000원→23만9500원), SK하이닉스는 23.64%(205만2000원→156만7000원) 떨어지는 등 대형주까지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정부가 투자자 선택권 확대를 내세워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결국 증시를 뒤흔든 주범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출시 2개월 만에 규제 대상이 됐고, 정부가 보완책 일환으로 ‘긴급조치권’ 확보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레버리지 쏠림이 정점을 지난 만큼, 실질적인 효과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부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상장 폐지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분위기에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저하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단기 투자를 유도하는 투기장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국장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음에도 10% 이상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시장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내 집 마련 자금을 위해 주식을 시작했다는 한 투자자는 “정부가 부동산은 투기, 주식은 투자라고 강조하더니 오히려 국장을 거대한 투기판으로 만들었다”며 “극단적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불안 심리를 가중시킨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투자자 역시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주주 보호, 시장 신뢰 회복, 국내 투자 유인 확대를 약속했으나 지켜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장기 투자 문화를 만들겠다고 한 것과 달리 정작 투자자들은 국장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기업가치보다 정책과 수급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장기 보유 유인이 약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단기 매매를 부추기는 투자 환경이 장기 투자 문화를 훼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활성화의 핵심은 단순 지수 부양이 아닌,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며 “장기 투자자가 떠난 시장은 결국 투기성 자금만 남게 된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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