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급변 시 배율 하향 근거 마련
안정과 자율성 사이 엇갈린 시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긴급조치권' 도입을 두고 투자자 보호와 과도한 개입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배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 도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에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정부가 금융상품 구조까지 개입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시장이 과열되거나 시장 안정이 필요한 경우 배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긴급조치권의 핵심은 현재 두배인 레버리지 배율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배율을 변경하려면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해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출시된 이후 개인 자금이 몰리며 거래가 급증했다.
문제는 변동성이 커질 때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확대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두배로 커진다.
실제 투자자 피해도 커졌다. 최근 1개월 수익률 하위 10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9개가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 ETF는 52.71% 급락했고 KODEX 반도체레버리지도 41.76% 하락했다.
운용사의 리밸런싱 거래까지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달 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고 후회를 많이 한다"며 "부작용이 너무 커져 정부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국회에서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인 만큼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당국은 지난달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린 데 이어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긴급조치권은 이같은 상황에서 레버리지 배율을 낮춰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최근 자산운용사가 사전 공시한 기준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금융상품 구조를 직접 바꾸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긴급조치권의 발동 요건과 권한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시장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주요 시장과도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레버리지의 위험 공시와 투자자 경고를 중심으로 관리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당국이 배율을 직접 조정하는 제도는 없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긴급조치권의 발동 요건과 대상, 권한 범위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긴급조치권은 평상시 시장에 개입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며 "레버리지 상품 출시 시점과 맞물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급변한 것은 결과론적으로 아쉬울 수 있지만 당시에는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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