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 ⓒ 뉴시스
한국 축구의 판을 다시 짜겠다는 ‘K-축구 혁신위원회’의 개혁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K-축구 혁신위원회는 20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대회의실에서 박 위원장 주재로 3차 회의를 열었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선거 제도 개편이 원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체육회가 현재 300명 이내 간선제를 규정한 회원종목단체 규정을 조속히 개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서강일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서 회장은 박지성 공동위원장과 이영표 위원을 직접 겨냥해 "박지성, 이영표가 뭘 안다고 혁신위원회를 하나. 축구로서는 국가대표였지만 인생을 얼마나 살았고 법을 얼마나 알고 사회 경험이 얼마나 있다고 혁신을 말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비판만 하지 말고 차라리 회장 선거에 직접 출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발언은 혁신위가 추진 중인 대한축구협회 정관 개정과 회장 선거 제도 개편 전체를 부정하는 태도로도 이어졌다. 서 회장은 "현행 정관대로 60일 안에 보궐선거를 치르면 된다"며 기존의 기득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치 않았다.
이 같은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와 산하 연맹, 시도협회 등은 소수의 폐쇄적인 인맥과 밀실 행정으로 권력을 독점해 왔다. 시스템을 바꾸고 선거권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혁신위의 움직임은 이들의 기득권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혁이 본격화 될수록 기존 축구인들의 거센 반발과 잡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K-축구 혁신위원회 3차 회의. ⓒ 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지성 위원장이 내놓은 답은 매우 세련됐고 강렬했다. 감정적인 대립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메시지의 핵심을 확실하게 찔렀다.
박 위원장은 3차 회의를 마친 뒤 서 회장의 발언에 대해 “한국 축구가 지금의 위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뗀 뒤, “단순히 반대만을 목적으로 타당한 이유 없이 비판을 쏟아낸다면, 대중에게 그에 맞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많은 분이 해당 시도협회장의 의견에 거부 반응을 보인 건, 그분이 자신의 위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런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는지가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일침했다.
기득권의 반발에도 축구협회 개혁을 향한 톱니바퀴는 거침없이 돌아가고 있다. 혁신위와 대한체육회는 축구협회의 폐쇄적인 회장 선거 구조를 완전히 뒤엎는 수술에 착수했다.
핵심은 '선거인단 확대'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지난 16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종목단체 회장 선거 규정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체육회 정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기존 2200명 수준에 불과했던 선거인단을 무려 9만 2000명으로 40배 이상 대폭 확대하는 것.
박 위원장은 특유의 신중함도 잃지 않았다. 그는 "체육회가 기획한 안은 오랜 기간 검토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지만 축구협회는 이제 막 시작점에 있다. 지금 당장 얼마나 늘어날지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 "차기 회의 시 보완안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공정성과 대표성, 그리고 실현 가능성이 될 것"이라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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