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트럼프, 조연 스페인’ 우승 세리머니서 시선 강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7.20 11:22  수정 2026.07.20 11:22

스페인의 우승 세리머니보다 눈길을 더 끈 트럼프 대통령.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한 스페인의 대관식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페인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역사적인 우승 세리머니가 이어지던 시상식 무대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은 스페인 선수들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은근한 행보에 쏠렸다.


공동 개최국 정상 자격으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선수들에게 메달을 수여할 때까지만 해도 관례를 따르는 듯했다. 이어 인판티노 회장과 나란히 서서 스페인 주장 로드리에게 트로피를 전달했고, 이제 슬쩍 자리를 비켜주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를 뜨지 않고 머뭇거렸다. 결국 로드리가 정중히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스페인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시간을 끌었다. 보다 못한 인판티노 회장이 다가와 이끌자 그제야 마지못해 무대 오른쪽으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 강탈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에도 이어졌다. 로드리와 선수들이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릴 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카메라 앵글에 고스란히 잡혔다.



지난해 FIFA 클럽 월드컵에서는 아예 우승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 AP=뉴시스

사실 이런 모습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FIFA 클럽 월드컵 시상식에서도 잉글랜드 첼시의 우승 세리머니가 진행되는 동안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에 동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다행히 이번 결승 무대에서는 그때와 같은 장면이 그대로 재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대 오른쪽 끝에 당당히 서서 박수를 치며 끝내 카메라 앵글 안에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스페인의 역사적인 우승 세리머니를 온전히 감상하려던 전 세계 축구팬들은 결국 프레임 한 구석을 차지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월드컵 역사에서 개최국 정상이 시상식에 참여해 메달을 수여하는 것은 오랜 관례다. 다만 대부분의 정상들은 조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현장에서 권위를 더했을 뿐, 우승 트로피 수여는 전적으로 인판티노 회장에게 맡기며 선을 지켰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리오넬 메시에게 카타르 전통 의상 '비슈트'를 직접 입혀주고 트로피를 수여하며 예우를 갖췄지만, 정작 세리머니 순간에는 무대 뒤로 완전히 물러나 축구의 신을 빛나게 했다.


스페인의 우승 장면에서 은근슬쩍 무대를 지배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해프닝은 북중미 월드컵의 가장 황당하고도 우스운 일화로 축구사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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