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밖으로 나온 가전…삼성·LG, 건물 단위로 공략한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7.20 11:12  수정 2026.07.20 11:13

삼성, 사우디 모스크 100여곳에 맞춤형 HVAC 공급

LG, 압구정 재건축 7000여세대에 가전 구독 추진

제품 납품 넘어 유지관리·AI홈 등 서비스로 사업 확대

사우디 모스크에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360 카세트'가 설치된 모습ⓒ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판매의 무대를 매장에서 건물과 주거단지로 넓히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고르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넘어 건설사와 시설 운영자 등을 상대로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고, 설치 이후 관리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까지 연계하는 방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와 라마 등 8개 주요 도시의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100여곳에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솔루션 1000여대를 공급한다. 공급 제품은 원형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360 카세트'다. 특허 기술인 '부스터 팬'을 적용해 냉기를 수평 방향으로 넓고 멀리 보내는 제품으로, 천장이 높고 개방된 모스크 내부를 고르게 냉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중동에서 대형 시설을 중심으로 공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우디 리야드 대중교통 시설에 시스템에어컨을 공급했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사립학교에는 빌딩 통합관리 시스템 'b.IoT'를 납품했다.


단순히 에어컨을 대량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건물의 냉난방과 에너지 사용을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대형 시설에 제품과 관리 시스템을 함께 공급하면 유지관리와 교체, 추가 솔루션 수요로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B2B 사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LG전자가 현대건설과 손잡고 서울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단지에 가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펜트하우스에는 ‘SKS’와 ‘LG 시그니처’ 등 초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적용한다. 구독을 이용하면 케어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제품 분해 세척, 성능 점검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LG전자

LG전자는 국내 재건축 시장에서 가전 구독을 앞세우고 있다. 현대건설과 협력해 서울 압구정 재건축 2·3·5구역 조합원 7000여세대에 빌트인 가전과 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모델을 공급할 계획이다.


구역에 따라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5~7종을 제공하고, 일부 펜트하우스에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SKS’ 제품도 공급한다. 입주 이후 5년간 제품 분해 세척과 성능 점검 등 전문 케어 서비스도 지원한다.


과거 건설사 대상 가전 공급이 입주 시점의 일회성 납품에 가까웠다면, 이번 사업은 입주 이후까지 고객 관계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규모 단지에 제품을 한꺼번에 공급하면서 구독과 관리 서비스로 후속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가전업계가 B2B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B2C 시장의 성장 한계가 있다.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가전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탓이다.


B2B는 한 번의 계약으로 수백대에서 수천대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개별 소비자를 상대로 판촉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 매출의 안정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 제품과 설치, 관리 시스템을 함께 공급할 경우 단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도 있다.


양사의 접근 방식 공통점으로는 가전 판매의 출발점이 매장에서 건물과 공간으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소비자가 개별 제품을 고르기 전에 건설사나 시설 운영자와 계약을 맺고 특정 브랜드의 제품과 솔루션을 공간에 먼저 심는 전략이다. 한 번 공급된 제품은 유지관리와 교체, 추가 서비스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업계의 B2B 사업이 단순 대량 납품에서 장기 운영 사업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제품 한 대가 아니라 제품이 들어갈 공간과 사용 기간을 선점하는 데 힘을 싣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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