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에도 세금 차이 수십 배…외면받는 내항선원 [해기사 현실진단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7.13 15:25  수정 2026.07.13 15:26

내항선원 60% 60세 이상 고령자

같은 일 하는데 ‘외항’만 세제 혜택

‘비상시 필수 인력’인데도 차별 여전

“청년 유입 위한 대책 마련 급선무”

해기사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국내 해상 물류와 연안 여객 운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내항선 업계가 심각한 선원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국가 비상사태 때 전략물자 수송을 책임지는 필수 자원으로 지정해 놓고도 외항선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세제 혜택으로 역차별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선원 고령화 문제는 내항선 업계에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힘들고 거친 근무 환경에 더해 외항선과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청년층 유입이 끊겼다.


외항선원 경우 원활한 인력 유치를 위해 월 500만 원까지 소득세 비과세 공제 혜택을 적용받고 있다. 반면 국내 연안을 운항하는 내항선원에게는 이와 같은 소득세 감면 혜택이 전혀 없다. 승선수당 20만원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선원에 대한 차별적 세제는 결국 청년층 유입을 단절시켜 고령화를 가속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내항선 취업 선원 7518명 중 20~30대 선원 수는 1262명에 불과하다. 반면 60대 이상 선원은 4440명이다. 60대 이상 선원이 전체 취업 선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내항 해운은 국내 물류의 20% 이상을 담당한다. 결국 내항선원은 고령화 문제, 선원 부족은 국내 물류와 도서 주민 교통과 직결하는 문제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내항선원 부족 타개를 위한 연안해운 생존전략 대토론회’에서 정대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는 “연안해운의 해기사 부족 인원은 2032년까지 3936명으로 심화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외항선원만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과세권이 모호한 ‘국외 소득’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소득자인 내항선원에게 혜택을 넓히는 것은 제조업 등 다른 내국인 노동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정부 논리는 모순을 드러낸다. 최근 정부가 우수 인재 국내 복귀를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소득자인 인공지능(AI) 분야 석·박사급 해외 인력이 국내로 복귀하면 10년간 소득세 5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인력난 가중으로 국가 물류 안보가 위협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내항선원 역시 첨단 산업 인재 못지않게 국가 전략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수 인력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내항선원은 관련법에 따라 전시나 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즉각 전략물자 수송 핵심 자원으로 차출되는 막중한 법적 책임을 지고 있다. 의무는 전시 수준으로 부과하면서 혜택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선원 고령화로 내항선 업계가 붕괴할 경우 국가적인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항선은 도서 지역을 잇는 여객선 운영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 화물 운송량의 20%가량을 분담한다. 내항선이 멈추면 산업 원자재와 생필품 수송망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부터는 도서 지역 주민들의 교통권 보장을 위한 ‘여객선 공영제’도 앞두고 있어 내항선의 안정적인 운항 여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지난해 내항선원 비과세 소득 확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에 대한 규제와 감독은 강화되었지만, 정작 그 배를 운항하는 선원들은 고령화된 인력만 남았다”며 “이러한 무책임한 대책 속에서 바다는 계속 늙어가고 젊은 선원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바다는 제2의 세월호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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