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 역대급 급증…한은 "금융 불안 요인 우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7.05 14:19  수정 2026.07.05 14:20

코스피가 8000선을 회복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있다.ⓒ연합뉴스

국내 주식시장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의 경계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와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동시에 급증하고 투자 대기성 자금까지 증시로 대거 유입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이러한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향후 금융 시장의 안정을 흔드는 주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5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거래융자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잔액 비율은 0.80%를 기록했다.


이는 증시 과열기였던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10월의 0.76%를 웃도는 수준이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0.8~0.9%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이 비율을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성향과 고위험 투자 추이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비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대출 이자 비용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빚을 내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통계에서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음이 확인된다.


지난 5월 말 사상 처음으로 38조원을 돌파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후 38조6328억원까지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에는 단 2거래일 만에 약 4000억원이 추가로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지표 역시 이와 동일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초 이틀 만에 50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일반 신용대출은 거의 늘지 않은 반면, 증가분의 대부분인 4930억원이 마이너스통장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빚투를 억제하기 위해 신규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투자자들이 이미 개설해 둔 마이너스통장의 남은 한도를 활용해 투자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소진율은 45.2%까지 상승하며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언제든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투자 대기 자금인 요구불예금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이달 초 단 이틀 사이에 18조원 넘게 빠져나갔는데, 이는 하루 평균 약 9조원씩 자금이 이탈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시기 코스피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통장에 묶여 있던 대기 자금까지 모두 털어 넣어 저점 매수, 이른바 '영끌'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단기 수익을 겨냥한 과도한 차입 투자의 부작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에서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은 반도체 중심의 기업 실적 호조 등 견조한 펀더멘털에 기반하고 있으나, 신용융자 등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증가도 일정 수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주가가 기업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작년 말 10.0배에서 최근 8.0배 수준으로 낮아져, 현재 주가 자체가 기업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잠재 위험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대외 변수 등으로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경우,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과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더욱이 주가 하락 시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나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 변동성이 팽창해 다른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특정 자산으로의 거래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가 전체 금융 시스템의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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