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다 결국 병원으로"…정신과 문턱 넘는 청년들 [Now 2.30]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7.04 07:00  수정 2026.07.04 07:00

취업난·고용 불안·비교 문화가 키운 청년의 불안

마음 건강도 관리하는 시대…치료와 예방 모두 중요

“우울증, 꾸준한 관리 필요…불안 지속시 도움 요청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 3년 차 직장인 박모(29)씨는 반복되는 야근과 성과 압박, 부모의 결혼 독촉이 이어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잦아졌고, 출근길에는 이유 없이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히는 증상까지 반복됐다. 결국 그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박 씨는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우울감과 불안, 번아웃을 호소하는 2030세대가 늘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청년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신과 진료를 ‘마지막 선택’으로 여기던 사회적 인식도 점차 옅어지면서,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면증 등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도, 결혼도 버겁다…정신과 찾는 203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지난 2020년 83만7808명에서 2024년 110만6603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특히 20대 환자는 19만4200명으로 전체의 약 17.5%를 차지하며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실제 정신과를 찾는 청년들은 취업과 직장생활,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누적된 스트레스가 병원을 찾게 된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박 씨는 “혼자 생각하다 보면 답답하고 계속 안 좋은 생각만 하게 된다”며 “좀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에 병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고민을 안고 병원을 찾는 김 모(27)씨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마음이 힘들었다”며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전문가들은 취업난과 고용 불안, 치솟는 주거비, 치열한 경쟁 등 사회·경제적 부담이 청년층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비교 문화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우울감과 불안, 공황장애, 번아웃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무한 경쟁 사회가 되면서 공부와 취업 준비, 직장생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들이 진료실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청년들이 SNS에서 자신을 남들과 쉽게 비교하는 환경도 상대적 박탈감과 스트레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울감과 불안을 단순한 스트레스로 치부하기보다 치료가 필요한 신호로 인식하고 조기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민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과 예측할 수 없는 마음의 폭풍인 공황장애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건강 질환”이라며 “혼자 견디려 하기보다 증상이 느껴질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회복과 재발 예방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조언했다.


워리스톤(Worry Stone).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혼자 버티지 말자”…달라진 마음 건강 관리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는 2030세대도 늘고 있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는 워리스톤(Worry Stone)을 비롯해 스트레스볼, 슬라임, 피젯 스피너, 피젯 큐브 등 손의 감각을 자극하는 ‘감각 조절 도구’가 새로운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워리스톤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돌을 엄지손가락으로 반복해 문지르며 걱정과 불안에서 현재의 감각으로 주의를 전환하도록 돕는 도구다. 학업이나 업무 중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감각 조절 도구의 인기가 청년층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일상화된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이준희 교수는 “최근 청년들이 워리스톤을 많이 찾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와 걱정이 많다는 의미”라며 “취업과 직장생활은 물론 SNS를 통한 비교 문화까지 겹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워리스톤과 같은 감각 조절 도구는 촉각에 집중해 일시적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보조 수단”이라며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습관, 운동, 복식호흡 등을 통해 평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불안과 우울이 지속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불안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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