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사과에도 '적통' 공방 계속…민주당, 전대 초반 신경전

김주혜 기자 (jhaefthr@dailian.co.kr)

입력 2026.07.01 06:00  수정 2026.07.01 06:00

라디오 발언 발단…하루 만에 정정·사과

최민희·한민수 등 공개 비판 이어져

"적통 프레임 중단" 요구 속 공방 장기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다 송영길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 초반부터 '적통' 공방이 불거지며 계파 신경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정청래 전 당대표를 겨냥한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음에도 정 전 대표와 최민희 의원, 한민수 의원 등 당내 인사들이 잇따라 반응하면서 당권 주자 간의 주도권 싸움이 계속되는 흐름이다.


전당대회 국면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적통 논쟁이 가열되면서 향후 전대 구도의 변화와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적통 공방의 발단은 송영길 의원의 라디오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달 29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정 전 대표를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을 못 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당내 진실 공방을 촉발했다.


정 전 대표 측이 이에 대해 "100%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사과를 요구하자, 송 의원은 하루 만에 자신의 발언이 착오였음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송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당시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장례식에도 참석을 못 했다는 말을 했다"며 "정 전 대표의 인터뷰를 보니 중국에 계셔서 당일 참석을 못 하고 다음 날 참석했다고 하여 제 발언을 정정하고 사과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초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이긴 했지만 정통모임 핵심으로 활동하면서 노사모와 멀어진 후보가 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적통을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이거 갖고 노 전 대통령의 적자 취득, 이걸 가지고 전당대회용으로 활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 발언의 요체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 모두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사실"이라며 "과거에 돌아가신 강금원 회장님 빼고는 아무도 노 전 대통령 지키는 데 잘했다고 말할 사람이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송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의 정책 노선을 소환해 당내 검찰개혁 노선에 대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노 전 대통령의 실사구시 정치 정책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정치가 서로 맥을 잇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 당시 당내의 격렬한 반대 선봉에 정 전 대표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송 의원은 "무역에 의존하는 대한민국 경제가 한미 FTA를 거부하고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일관되게 지지했던 것"이라며 "큰 관점에서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부족한 점은 당정협의를 통해 정리할 문제이지, 보완수사권 이런 문제를 정치 무기화시켜 당과 대통령이 싸우는 구조를 만든 것은 옳지 않다"고 강변했다.


이는 최근 당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논란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을 둘러싸고 벌어진 계파 간 대치 국면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송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전 곧바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이러한 기조를 담은 독자적인 당권 행보를 보강했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17주기 5월 23일 날은 선거 출마 때문에 참석을 못 해 오늘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정 전 대표는 송 의원의 사과를 수용하면서도 자신이 먼저 적통 논쟁을 유발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모적인 적통논쟁 하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이 당대표 퇴임의 변과 제언 등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네 분 대통령의 역사를 계승하자고 강조했을 뿐이라며 "저는 김 전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 전 대통령을 사랑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라고 말했을 뿐인데 뭐가 문제 되느냐"고 되물었다.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원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전 대표의 사과 수용 및 진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친청(친정청래)계 의원들은 송 의원의 공세를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하며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2009년 5월 23일 슬픔 속에서 지못미로 통곡한 사람 중에 젊은 정 전 대표가 있었던 것도 선명하게 기억한다"며 "6선 당대표였던 송 의원이 거짓말까지 하며 정 전 대표를 공격해 제 기억을 의심했다"고 직격했다.


그는 송 의원을 향해 "정 대표가 장례식 참석한 걸 알면서도 김민석 총리를 공격할지도 몰라 미리 경고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냐"라며 "억지 변명하기보다 깔끔하게 사과하고 다시는 악의적 허위조작정보로 혹세무민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 의원의 거듭된 적통 언급이 전당대회를 퇴행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 장례식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송 의원이 오늘 사과했지만, 정 전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끌어들여 또 다른 논란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활짝 꽃피우자는 말을 어떻게 누가 '적통이다'라는 주장으로 연결하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우리 안에 적대와 편 가르기가 무슨 도움이 되느냐. 전당대회의 시작을 퇴행적 모습으로 만들지 말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적통 공방의 본질에 대해 단순한 역사 인식의 차이를 넘어 전당대회를 앞둔 계파 간 당권 경쟁의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번 논쟁에 대해 "역사 인식 차원과 전대 앞 당권 경쟁 둘 다 겹쳐있다"며 "민주당을 창출해 낸 코어 핵심층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권을 거치며 계속 진화하고 달라져 왔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누가 적통이냐고 규정하는 것은 되게 곤란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치열한 노선 투쟁을 통해 당이 앞으로 어떤 비전을 내보일 것인가에 대해 제대로 된 수권 정당의 비전을 보여주는 쪽이 당권을 가져갈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는 1인 1표제가 도입되고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당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많아져 당원들의 비전 판단이 한층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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