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도약 3대 프로젝트 보고회
과기정통부, 제조 AI 2030 전략 공개
AI 인프라·피지컬AI·제조AX 하나로
부가가치 100조원…관건은 ‘실행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인공지능(AI)을 대한민국 미래 성장전략의 중심축으로 내세우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본격화했다. AI를 바탕으로 제조업 생산성과 혁신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인데, 막대한 투자만큼 제대로 된 실행력이 정책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조AI 2030 전략’을 발표했다.
제조AI 2030 전략은 기존처럼 연구개발(R&D) 지원에 머물지 않고 AI 인프라 구축부터 제조업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까지 국가가 직접 설계하겠다는 점에서 이전 정책보다 범위가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과기정통부는 AI 원천기술과 데이터,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제조AI 파운데이션 모델, 피지컬AI 기반기술을 담당한다. 제조업 혁신 역시 단순한 스마트공장 확대가 아니라 AI가 공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풀스택 AI팩토리’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정책에 관해 지난 수개월간 개별적으로 발표됐던 AI 정책들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발표한 AI 행동계획을 시작으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AI 반도체 육성, 피지컬AI 전략 등이 제조AI와 AI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이어지면서 국가 AI 생태계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었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구동할 컴퓨팅 시설을 확보한 뒤 제조 현장까지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노동생산성 감소·잠재성장률 0% 시대
AI로 한국 제조 경쟁력 고도화 노려
정부가 강조하는 핵심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다.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숙련공의 경험(암묵지)을 데이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피지컬AI 전략에서도 물리법칙 기반 월드모델과 합성데이터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알고리즘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통해 국산 AI 반도체와 전력·냉각 솔루션 산업까지 함께 육성하고 AI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AI 모델과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응용서비스를 모두 국내 생태계 안에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그동안 한국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AI 인프라 분야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제조AI 2030 전략은 지난해 10월 과기정통·산업·중기부가 제조 및 산업 AX를 위해 원팀으로 협력하기로 한 약속이 본격적인 실행전략으로 이어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중국 추격에 경쟁력 흔들리는 제조업
미국 AI 기업, 빅테크 시장 잠식 ‘이중고’
이번 제조 AI 전략은 현실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조업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중국의 추격, 미국 빅테크의 AI 시장 잠식이라는 삼중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기존 제조 경쟁력에 AI를 결합하면 한국이 여전히 세계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기존 제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국가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분석이다.
정책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AI 경쟁은 거대언어모델 개발 경쟁에서 산업 적용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 중심 AI 생태계를 확대하고, 중국은 제조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한국 역시 제조업이라는 강점을 AI와 결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략은 이러한 국제 경쟁 구도를 반영한 대응책으로 볼 수 있다.
제조AI 2030 전략 모형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간 투자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전문인력 양성 등 풀어야 할 과제
다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가장 큰 변수는 투자다. 해당 사업에는 수백조원 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해당 재원의 상당 부분은 기업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 경기 침체나 반도체 업황 변화에 따라 투자 속도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부처 간 협업도 정책 성공의 핵심 변수다. 제조AI 전략은 과기정통부가 AI 원천기술과 컴퓨팅 인프라를, 산업부가 제조현장 적용을 맡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확산을 담당한다.
역할은 명확하게 나눴지만,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예산과 사업 권한을 둘러싼 중복과 조정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디지털뉴딜이나 스마트공장 사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데이터 확보도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는 제조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기술과 생산 암묵지를 공개하는 데 부담이 크다. 암호화와 비식별화 등 보안체계를 구축하더라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정책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전문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는 로봇 전문인력과 제조AI 인재 양성을 확대하겠다지만, 글로벌 AI 인재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데이션 모델과 피지컬AI 기술을 개발하려면 단기간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존 제조업 전체 AI 중심으로 재편
데이터·물리법칙·원천기술 등 확보 관건
전력 문제도 들여다볼 대목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전력망 확충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송전망 건설과 주민 수용성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산업지원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한국 AI 정책은 연구개발과 서비스 산업 중심이었다. 이제는 제조업과 로봇, 데이터센터까지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정책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AI를 새로운 산업 하나로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조업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결국 화려한 투자 규모보다 세부 과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독자 AI 기술 확보와 제조 현장 적용, 데이터 개방, 인력 양성, 전력 시설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AI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국가 AI 컨트롤타워’ 역할을 얼마나 수행하느냐가 대한민국 AI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경훈 부총리는 “제조 AI는 단순히 공장에 AI를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제조 현장의 물리현상과 공정 흐름을 이해하고 장비·로봇을 스스로 판단·제어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제조데이터뿐만 아니라 물리법칙 기반 AI 모델, 월드모델, 장비·로봇 협업 기반의 자율 공장 운영 플랫폼, 온디바이스 컴퓨팅, 전주기 보안기술 등 제조 피지컬 AI 원천·기반 기술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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