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엽. ⓒ 롯데 자이언츠
기본기를 지키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에 승리의 여신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서 7-8 역전패를 당했다. 최근 3년 만에 7연승을 질주하며 최하위에서 벗어나 중위권 싸움에 불을 지폈던 기세는 한순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시즌 전적 32승 41패 2무(승률 0.438)가 된 롯데는 5위 두산 베어스와의 격차가 5경기 차로 벌어지며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패배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단순한 '1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현재 롯데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인 불안한 수비와 기본기 부족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참사에 가까웠다.
이날 마운드에는 올 시즌 롯데 토종 선발진 중 가장 안정감 있는 활약을 펼쳐온 좌완 김진욱이 올랐다. 휴식 차원에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고 돌아온 김진욱은 최고 140km 중후반의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LG 타선을 상대했다.
초반에는 불운과 실책이 겹치며 실점했다. 1회 안타 2개로 내준 1사 1, 2루에서 문정빈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고, 3회에는 송찬의의 2루타 이후 박해민의 안타 때 우익수 윤동희의 포구 실책이 겹치며 허무하게 추가점을 내줬다.
하지만 롯데 타선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2회 상대 실책을 틈타 1점을 만회한 뒤, 4회 한동희의 투런 홈런과 윤동희의 백투백 솔로포가 터지며 경기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이어진 2사 1, 3루에서는 더블스틸 상황 중 상대의 악송구까지 나오며 5-2로 점수를 벌렸다.
김진욱은 타선의 지원에 응답하듯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그리고 문제의 7회가 찾아왔다.
김진욱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내며 승리투수 요건을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2사 후 박해민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오스틴 딘의 타석 때 김진욱이 던진 바운드볼을 포수 손성빈이 제대로 블로킹하지 못하면서 주자가 단숨에 3루까지 진루했다. 포수의 안일한 대처가 주자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었다. 오스틴마저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상황은 2사 1, 3루가 됐다.
롯데 김태형 감독. ⓒ 뉴시스
투구 수가 한계에 달한 김진욱을 대신해 롯데 벤치는 현도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현도훈은 LG 대타 문보경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완벽한 1루수 앞 땅볼을 유도해냈다. 정상적인 수비라면 그대로 이닝이 종료되고 김진욱의 호투가 빛을 발했을 순간이었다.
여기서 롯데의 고질병이 도졌다. 1루수 나승엽이 타구를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다행히 공이 멀리 가지 않아 현도훈이 재빨리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왔고, 아웃을 잡을 수 있는 여유는 충분했다. 가볍게 언더 토스로 연결했다면 끝났을 이닝이 나승엽의 어설픈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했고, 3루 주자 득점에 이어 1루 주자 오스틴마저 3루까지 내달렸다.
수비 불안의 대가는 혹독했다. 급히 마무리 김원중을 투입했지만, 대타 천성호의 내야안타 때 2루수의 베이스 커버가 늦어지며 또다시 실점했다. 결국 7회의 실책은 역전패의 결정적 빌미가 되고 말았다.
롯데는 올 시즌 팀 실책에서 59개를 기록, 이 부문 리그 불명예 2위다. 또한 나승엽 역시 1루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6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라 웃을 수 없다.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다면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은 희망고문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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