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 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단순히 A대표팀의 경기 결과만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다. 월드컵 본선 성적은 물론 향후 10년, 20년 뒤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위치다.
연령별 대표팀들간 유기적인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세대교체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나아가 한국 축구만의 정체성과 철학을 정립하는 것 또한 대표팀 감독이 짊어져야 할 중요한 책무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축구기술철학(MIK·Made In Korea)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MIK는 연령별 대표팀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동일한 축구 언어와 게임 모델을 적용, 선수 육성의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프로젝트다. 세대가 바뀌더라도 한국 축구의 정체성이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그리고 축구협회는 그 적임자로 지난 2024년 홍명보를 선임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한 뒤 MIK 철학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취임 직후 MIK 워크숍에서 각급 대표팀 간의 연계성과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 축구계 안팎에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 축구는 외국인 감독이 부임할 때마다 축구 스타일과 운영 방식이 바뀌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축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 연합뉴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었다.
홍명보호는 시작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 운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로까지 이어지면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감독 개인의 지도력과는 별개로 홍명보호는 출항 이전부터 팬들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더라도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홍명보호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한 채 출발한 셈이 됐다.
더 큰 문제는 경기력이었다. 홍명보호는 월드컵 예선부터 꾸준히 전술적 한계를 노출했다. 상대를 압도하는 점유율을 가져오면서도 결정적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됐고, 공격 전개 과정 역시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손흥민과 이강인이라는 세계 수준의 공격 자원을 보유하고도 상대 수비를 효과적으로 흔들 수 있는 공격 패턴을 구축하지 못했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홍 감독이 선호한 스리백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수비 안정성을 확보하고 빌드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전술이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측면 공간 노출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속도 또한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스리백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되고 말았다.
이번 월드컵 본선까지 끝내 해결하지 못한 과제는 손흥민 활용법이었다. 손흥민은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그의 장점을 극대화할 명확한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 남아공전에서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보유한 최고의 무기를 스스로 잠가버렸다.
방향 잃은 한국 축구.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강조했던 MIK 역시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장에서의 결과뿐 아니라 한국 축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보여줘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표팀은 그 방향성을 찾기가 어렵다.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를 강조했지만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세대교체의 성과는 없었고, 한국형 축구를 이야기했지만 한국 축구만의 정체성은 이전보다 더 모호해져 버렸다.
뿐만 아니라 홍 감독은 부임 당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금 팬들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과 참담한 결과에 대한 분노뿐이다.
월드컵은 그동안 쌓아온 과정이 평가받는 무대다. 홍명보 감독은 결과뿐 아니라 방향성에서도 물음표를 남겼다. 현재를 설득하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미래까지 장담할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이번 대회 성적 부진이 아닌, 한국 축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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