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율 93%"…HD현대일렉트릭, 전력기기 제2막 '배전' 잡는다

청주 =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6.28 14:00  수정 2026.06.28 15:07

AI·반도체 전력 수요에 배전기기 시장 확대

청주 배전캠퍼스, 자동화 기반 경쟁력 강화

중저압차단기 넘어 배전기기 통합 거점으로

청주 배전캠퍼스 물류 창고에서 자재와 완제품을 운반하고 있는 물류 셔틀 ⓒHD현대일렉트릭



“제품에 8만V 전압을 1분 동안 인가합니다.”


지난 25일 충북 청주시 센트럴밸리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진공차단기(VCB) 생산 라인 한쪽에서는 완성 단계의 제품이 시험 설비로 옮겨졌다. 8만V 전압을 가해 절연 성능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공정이다. 모든 제품은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포장과 출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공장 안에서는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부품이 담긴 박스를 싣고 생산라인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자재는 자동화 창고에 보관됐다가 생산 계획에 맞춰 라인으로 공급된다. 기중차단기(ACB) 라인에서는 제품별 부품을 사전에 묶어둔 키트 박스가 제품과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비전 검사 공정에서는 카메라가 제품의 전면과 후면, 측면, 명판까지 확인했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전력기기 수요가 배전 영역으로 넓어지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주력 생산 거점이다. 그동안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차단기 등 발전·송전 설비가 전력기기 호황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로 최종 수요처와 맞닿은 배전기기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 ‘마지막 구간’까지 번졌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이 25일 충북 청주 배전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배전기기는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를 거쳐온 전기를 공장과 빌딩, 데이터센터 등 최종 수요처에 맞게 분배하고 보호하는 장비다. 과전류나 합선이 발생하면 회로를 차단해 설비와 계통을 보호한다. 발전·송전 설비가 충분하더라도 배전설비가 따라가지 못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완성되기 어렵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시장은 과거 노후 설비 교체 수요가 먼저 움직였지만, 올해부터는 AI 관련 전기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처럼 실제 전기를 사용하는 수용가 건물이 늘면서 배전기기 수요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청주에 배전캠퍼스를 조성했다. 총 부지 규모는 약 2만5000평으로, 1단계로 추진된 중저압차단기 신공장에는 1161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에서는 ACB, VCB, 배선용차단기(MCCB) 등 주택용부터 산업용까지 5만여종의 중저압차단기 제품이 생산된다.


MCCB 자동 생산라인 ⓒHD현대일렉트릭

공장이 지니는 의미는 단순한 생산 능력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기존 공장을 일부 개선한 형태가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자동화 설비와 물류 시스템, 디지털 운영 체계를 하나로 묶어 만든 ‘그린필드’ 공장이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 검사, 출하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결해 다품종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안성 등지에 분산돼 있던 중저압차단기 생산 기능이 청주로 통합되면서 생산 능력도 확대됐다. 그는 “기존 연간 약 500만대 수준이던 생산 능력이 850만대 수준으로 늘었다”며 “생산 자동화율도 기존 70% 수준에서 평균 93%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30년까지 중저압차단기 연간 생산 능력을 130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청주캠퍼스, 배전기기 통합 거점으로
MCCB 자동 생산라인 ⓒHD현대일렉트릭

생산 능력 확대는 납기 경쟁력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발주처들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글로벌 전력기기 업체들의 납기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청주 배전캠퍼스가 신규 수요에 대응할 생산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스피드”라며 “품질은 기본이고, 공급자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 배전캠퍼스 전경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배전기기 확대를 통해 초고압 전력기기 중심의 사업 구조를 보완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4조795억원, 영업이익 995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품군별 매출 비중은 ▲전력기기 69.5% ▲배전기기 등 16.1% ▲회전기기 14.4%였다. AI 데이터센터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배전 영역으로 이어질 경우 배전기기 사업의 매출 비중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은 향후 울산에 있는 배전반과 배전변압기 생산 거점을 청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저압차단기에서 시작한 청주 배전캠퍼스를 배전기기 통합 생산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단품 생산을 넘어 배전반, 배전변압기, 차단기를 묶은 패키지 수요에 대응하는 기반도 이곳에서 마련될 전망이다.


이 부사장은 “현재 배전 매출 비중은 15% 안팎이지만 배전과 회전기 부문 생산 능력 강화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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