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vs "굴복시켰다"…종전 앞둔 미·이란, 각자 승리 주장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6.06.14 14:00  수정 2026.06.14 14:33

트럼프 "핵 포기 받아냈다"…이란 "미국이 우리 조건 수용"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서명을 눈앞에 두고 협상 타결을 각자 자신의 승리로 포장하며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차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역사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핵합의(JCPOA) 과정에서 이란에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지급했다고 비판하며 "이번에는 돈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역시 협상 초안이 대통령의 핵심 목표를 충족했다며 사실상 미국의 승리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 측은 이란 핵 문제를 후속 협상으로 넘기더라도 핵무기 개발 중단 약속과 해상 교통 정상화를 이끌어낸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안이 이란이 요구해온 제재 완화와 봉쇄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 등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란은 미국이 애초 내세웠던 정권 교체나 완전한 핵 프로그램 해체를 관철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논의되는 양해각서(MOU)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핵 프로그램 문제는 별도 협상으로 넘기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란 강경파 내부에서는 "결국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AP는 “종전 합의가 성사되더라도 양측 모두 국내 정치적 이유로 승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전쟁 종식과 핵 위협 제거를 내세워 외교적 업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군사 압박 속에서도 체제를 지켜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어느 한쪽의 완승이라기보다 전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양측이 현실적 타협을 선택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서명 이후에도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후속 협상이 남아 있어 진정한 종전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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