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부족…法 "제작사 적정 가치 산정 어려워"
이준호 前투자전략부문장은 징역형 집유 유지
부실 드라마 제작사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300억이 넘는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뉴시스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항소심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판결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카카오엔터에 손해가 발생했는지 판단하려면 바람픽쳐스의 적정 가치가 구체적으로 산정돼야 하고 이를 토대로 실제 인수 가격과의 차이를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바람픽쳐스의 적정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바람픽쳐스 인수로 인해 카카오엔터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카카오엔터는 당시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당 제작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었다"며 "경영상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 등은 2020년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하던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공모해 회사에 31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바람픽쳐스는 2017년 2월 설립 이후 약 3년간 매출이 없었음에도 이들은 바람픽쳐스에 드라마 기획개발비 등 명목으로 337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바람픽쳐스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 중 일부로 김은희 작가와 장한준 감독 등을 영입했다. 이후 한 사모펀드 운영사가 400억원에 바람픽쳐스를 인수했고 같은 금액으로 카카오엔터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문장은 범죄수익으로 고가 아파트와 골드바 등을 구입하고, 김 전 대표에게 자신 명의로 된 통장과 체크카드 등 총 18억원을 건넨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이 전 부문장이 회사 매각을 대가로 319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김 전 대표는 이 전 부문장으로부터 12억5646만원을 수수한 정황을 파악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재판장 양환승) 김 전 대표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수한 행위 자체로 카카오엔터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매매 차익을 나눠 가질 목적으로 임무를 위배했다는 것이므로 이 돈의 수수 행위가 따로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어 범죄 증명이 없다"고 봤다.
함께 기소된 이 전 부문장은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회사의 돈을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이라며 "범행 방법이나 피해 규모,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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