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공항 시대 성패는 '역할 분담'에 달려
여객 수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공항별 미션과 경제 파급효과를 따져야
활주로는 길수록 좋고, 여객터미널은 클수록 성공한 공항일까.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 울릉공항 등 새로운 공항 건설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공항의 규모보다 먼저 그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한다. 신공항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과연 모든 공항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공항정책은 여객 수와 운항편수, 취항 노선 수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해 왔다. 얼마나 많은 승객이 이용했는지, 얼마나 많은 노선이 개설되었는지가 성공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산업구조 변화가 현실화되는 시대에 이러한 평가 방식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다. 사람과 산업, 물류와 관광을 연결하는 지역 성장의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공항의 가치는 비행기가 몇 대 뜨고 내리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항을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업이 유치되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지에 있다. 외형적 수송 실적만으로 공항을 평가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함께 살펴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는 모든 공항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시대를 넘어 공항별 역할과 미션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신공항 시대에는 '공항별 미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 울릉공항은 모두 지방공항이지만 존재 이유는 서로 다르다. 같은 기준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적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먼저 가덕도신공항은 현재 2035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사업 방식 조정과 공사기간 재설정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며 사업이 재정비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가덕도신공항이 기존 공항과 차별화된 역할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인천공항이 글로벌 허브공항으로서 국제여객과 환승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가덕도신공항은 동일한 모델을 추구하기보다 부산항과 연계한 물류·해양경제 중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 향후 국가 공항체계 역시 인천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수도권과 동남권의 성장을 함께 견인하는 상호보완적 네트워크로 발전해야 한다.
대구경북신공항 역시 단순한 여객공항을 넘어 항공산업, 방위산업, 첨단 제조업과 연계된 산업·물류 거점으로 발전해야 한다. 현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철도망과 산업단지, 물류체계가 연계된다면 대구·경북권의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경제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울릉공항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울릉공항은 관광 활성화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육지와 오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울릉공항의 성공은 단순한 이용객 수가 아니라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평가돼야 한다.
결국 신공항 시대의 핵심은 공항 간 경쟁이 아니라 공항 간 역할 분담이다.
과거에는 모든 공항이 더 많은 노선과 더 많은 승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각 공항이 지역의 산업구조와 관광자원, 물류환경에 맞는 고유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모든 공항이 허브공항이 될 필요도 없고, 모든 공항이 동일한 성공 모델을 추구할 필요도 없다.
이제 지방공항 정책의 평가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여객 수와 취항 노선 수만으로 공항의 성패를 판단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공항의 성패는 활주로 위가 아니라 지역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어냈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 울릉공항은 같은 공항이지만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지역마다 여건과 역할이 다른 만큼 각자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며, 획일적인 개발 방식은 오히려 미래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강한 맞바람이 필요하듯,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경제가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서도 각 공항만의 분명한 미션이 필요하다. 활주로의 길이를 자랑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그 활주로를 디딤돌 삼아 지역 산업과 주민의 삶이 얼마나 높이 도약할 수 있는지, 그 '미션의 높이'를 겨뤄야 할 때다.
공항은 활주로를 건설하는 순간 완성되는 시설이 아니다. 오히려 개항 이후 10년, 20년 동안 항공사를 유치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지속적인 운영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신공항 시대의 경쟁력은 활주로의 길이가 아니라 존재 이유의 명확성에서 나온다. 이제는 몇 명이 이용했는가를 묻는 시대가 아니라, 그 공항이 지역에 어떤 가치를 남겼는가를 묻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글/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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