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업계 반짝 흑자 끝?…고환율에 역래깅까지 '이중고'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6.09 16:58  수정 2026.06.09 16:58

중국발 공급 과잉에 가격 전가 어려워…1500원대 환율 부담 확대

상반기 래깅 효과로 흑자 기록…하반기엔 역래깅·재고 손실 우려

롯데케미칼 대산산단 NCC설비 ⓒ롯데케미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서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원료 가격 상승분을 수출과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었지만,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완충 효과도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역래깅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5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의 개입으로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500원 초반대에 머물며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원료 수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영향권에 들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료인 나프타를 비롯해 주요 제품 대부분을 달러로 거래한다.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NCC(나프타 분해 공장)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원료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과 수출로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지속된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기존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글로벌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에틸렌과 프로필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제품 시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원가가 올라가도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원가가 오르는 만큼 수출을 통해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나프타 거래 자체가 달러로 이뤄지는데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가 부담이 더 크게 체감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 부담에 역래깅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역래깅이란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료를 투입한 뒤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동전쟁 여파에 따른 래깅 효과를 누렸다. 전쟁 이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확보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초 석유화학 제품인 에틸렌의 4월 평균 가격은 톤당 1378달러로 지난 2월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됐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1분기 16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기간 7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래깅 효과는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000억원 안팎이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각각 866억원, 9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탈출이 예상된다.


다만 2분기를 지나 하반기부터는 역래깅 우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와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에 따른 NCC 업체들의 수혜가 지난 5월 중순을 기점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4월 톤당 306달러까지 확대됐지만 6월 초에는 174달러로 낮아지며 다시 손익분기점(2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상반기에는 래깅 효과 덕분에 실적이 개선됐지만 하반기에는 반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수요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역래깅 부담까지 겹치면 수익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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