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여대야소’…금융 입법, 후반기 원구성이 ‘관건’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6.05 08:22  수정 2026.06.05 08:22

금융 관련 현안 줄줄이 국회 계류

여당, 정국 주도권 유지…국정과제 입법 ‘시동’

정무위 등 상임위 주도권 싸움 ‘긴장’ 고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기를 거머쥐면서 상반기 지지부진하던 금융 관련 입법 처리에도 속도를 낼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핵심지인 서울을 야당에 내준 만큼 기존의 교착 상태가 유지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6곳 중 12곳의 광역단체장을 확보하며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지만, 국회 판도는 달라진 것이 없다.


지선 결과는 국회 의석수나 상임위 구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만큼, 그간 국회 정무위 문턱을 넘지 못하던 금융 법안들의 처리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관건은 선거 이후 본격화할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어떤 줄다리기를 벌이느냐에 따라 디지털자산기본법, 서민금융법 개정안 등 각종 금융 현안의 하반기 처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부 여당이 우선 처리하려던 금융 법안 가운데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건 ‘신용정보법 개정안’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그동안 금융 법안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한 배경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이 국회 정무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발목을 잡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6대 개혁 중 하나로 꼽히는 금융 개혁 역시 그간 국회 정무위 벽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각종 금융 현안이 줄줄이 계류돼 있다.


당장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법안은 금융권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해 마련됐지만, 이번 선거와 맞물리며 입법이 지연된 상태다.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준비금 적립 방식, 상환 의무를 비롯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등을 놓고 정리가 필요하다.


서민금융 재원 확충을 위한 ‘서민금융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은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안으로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신설하고 금융사 출연금 제도의 일몰 규정을 없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의가 더딘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 역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벤처·혁신기업 자금 공급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관련 법안 등도 줄줄이 발이 묶여있다.


국회 안팎으로는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및 정무위 입법 주도권을 가져와 신속한 법안 처리가 이뤄질 거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지선 결과에 따라 하반기 법안 처리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울산까지 가져오면서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으나, 서울에서 야당에 막판 역전패를 당하며 사실상 ‘압도적 승리’란 의미가 옅어졌다.


기존 국회의 ‘여대야소’ 구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후반기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여야의 줄다리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단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로 여야 모두 물러설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야당인 국민의힘의 견제가 더 심해질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여야는 5일 국회 본회의를 개최하고 차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후 이어질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합의문에 포함되지 못한 채 별도 협상으로 넘겨진 상태여서,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후반기에도 경제 및 외교·안보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최소 7개의 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단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위원장 배분 문제는 야당과 협상을 거쳐 정한단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말까지 국정과제 입법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겠단 의사도 밝힌 상태다.


통상 원구성 협상은 그간 42일 정도 소요됐는데, 최장 125일이 걸린 적도 있어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할 우려도 배제하기 힘들다.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장기 표류할 경우 이로 인한 ‘입법 공백’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각종 금융 현안의 하반기 처리 역시 기약 없이 밀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지선에서) 여당이 크게 이기지도 않았고, 야당이 크게 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여야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 관련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은 하반기 큰 변수가 없다면 정부 여당의 뜻대로 통과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다만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물가 상승이 지금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더 가파르게 오르거나, 증시의 활황이 멈추고 거품이 빠지는 상황이 도래하면 모든 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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