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은 '순익 30% 성과급', 하청은 '직접 교섭'…현대차의 여름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6.02 14:59  수정 2026.06.02 14:59

본청 노조, 기본급 인상·순이익 30% 성과급·정년 연장 요구

하청노조는 노란봉투법 앞세워 원청 직접 교섭 압박

사용자성 인정 땐 현대차, 임단협 넘어 원·하청 교섭 리스크 장기화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단협 상견례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올 여름 노사 리스크가 예년보다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시즌마다 강성 노조와 줄다리기를 벌여왔지만, 올해는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불씨가 붙은 곳은 본청 노조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확대, 정년 연장, 신규 인력 충원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특히 핵심은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다. 현대차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0조3648억원을 기록한 만큼, 요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성과급 규모만 약 3조1000억원에 이른다.


노조 입장에서는 명분이 없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86조2545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고환율과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 하이브리드 중심의 수익성 방어가 맞물리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노조는 이 같은 성과가 현장 노동자의 생산성과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그 몫을 제대로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대차가 올해 들어 맞닥뜨린 경영 환경이다. 지난해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에는 이미 균열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 미국 관세 부담, 글로벌 경쟁 심화, 인센티브 확대, 전동화 전환 비용이 동시에 겹치면서다. 차는 팔리지만 남는 돈은 줄어드는 국면에서, 수조원대 성과급 요구는 사측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 요구도 가볍지 않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고령화 흐름을 근거로 정년 연장을 요구하지만, 사측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연기관 중심 생산 체계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SDV 중심 체계로 이동하는 시점에 정년 연장은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미래 생산 구조와 직결되는 쟁점이 된다.


여기에 올해는 하청노조 변수까지 겹쳤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는 원청인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청노조는 이 조항을 근거로 현대차가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일 현대차의 원청 사용자성 여부를 두고 심문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판단을 다시 미뤘다. 쟁점은 생산, 보안·미화, 구내식당, 판매 대리점 등 여러 직군에 걸쳐 있다. 지노위가 하청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현대차는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하청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가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히 한 차례 교섭이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생산 현장뿐 아니라 물류, 정비, 판매, 시설 관리 등 원청과 연결된 다양한 협력사에서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처럼 수많은 협력사와 복잡한 생산망을 거느린 기업에는 교섭 대상과 의제가 수백, 수천건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 경우 노사 리스크는 계절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 리스크가 된다. 본청 임단협이 끝나도 하청 교섭이 남고, 한 직군의 교섭이 끝나도 다른 직군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1년 내내 교섭과 쟁의 가능성을 관리해야 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사용자성 판단이 완성차 업계 전체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디까지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으로 볼 것인지, 임금·복지·안전·작업 방식 중 어떤 의제까지 원청 교섭 대상이 되는지에 따라 파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청 노조와의 임단협이 파업 국면으로 번질지, 하청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가 원청 사용자성 인정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올해 완성차 노사관계의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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