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배제'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추진에 경기도 날벼락…도지사 후보 공약도 '흔들'

유진상 기자 (yjs@dailian.co.kr)

입력 2026.05.29 18:21  수정 2026.05.29 18:21

산업부 시행령안 15조에 '수도권 외 지역' 명시

도-시·군 긴급회의 "기존 투자 유치·신산업 전략 전면 위축 우려"

추미애 '팹리스 200개'·양향자 'GRDP 1억' 공약, 실현 가능성 물음표

지난 28일 열린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수도권 배제 관련 긴급 현안회의'. ⓒ경기도 제공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에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요건으로 '수도권 외 지역'을 명시하면서 경기도 전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경기도와 도내 시·군이 긴급 현안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체계 구축에 나선 가운데,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오는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주요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핵심 반도체 공약 역시 정면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경기도 시·군 "정책 혼선·중첩 규제 독박" 불안감 확산


경기도는 지난 28일 도청 율곡홀에서 현병천 미래성장산업국장 주재로 시·군 실·국장 및 유관기관, 19개 시.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수도권 배제 관련 긴급 현안회의'를 개최했다.


시행령안 제15조에 '수도권 외 지역'이라는 문구가 못 박히면서, 그간 정부와 경기도가 추진해 온 1126조 원 규모의 'K-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세제 혜택과 정부 재정 지원의 길이 원천 차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시·군들은 일제히 지역 산업 생태계가 와해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오산시는 AMAT 등 글로벌 장비기업과 연계한 연구단지 조성에 차질 가능성을 언급했고, 부천시는 DB하이텍과 연계한 외국기업 투자 협의 과정에서 시행령(안)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천시는 지식정보타운과 방첩사·경마장 부지를 활용한 AI·AX 신산업 육성 전략에 악영향을 우려했으며, 시흥시는 피지컬 AI 특화지역 조성과 전략산업 생태계 위축 가능성을 제기했다. 성남시는 판교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팹리스 10배 육성 전략과 수도권 배제 조항 간 정책 혼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평택시는 삼성전자 5·6공장과 연계한 배후지역 조성과 소부장 투자 유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고, 화성시는 제3기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준비 과정에서 수도권 배제 조항이 발표되며, 지역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수원시 역시 삼성전자 중심의 연구특화지역 및 경제자유구역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중첩규제를 받아온 경기 북부지역의 피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연천군과 가평군은 인구감소지역·접경지역으로 수십 년간 각종 규제를 감수해왔음에도 다시 수도권 규제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호소했다.


고양시는 산업 성장 정체와 산업단지 분양 저조 상황에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 거점 성장 가능성마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의정부시는 반환공여구역과 경제자유구역 개발 전략이 중첩규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포시는 공항·항만과 연계한 첨단산업 잠재력이 큰 지역임에도 시행령(안)으로 인해 미래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경쟁력 갉아먹는 자해 행위"…수도권 공조 추진


경기도가 추진한 '특별법 제정안'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시행령(안)의 수도권 배제 조항은 당초 정부가 추진해온 K-반도체벨트 및 메가클러스터 정책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제15조 수도권 배제 조항이 추가되면서도 반면 다른 조항에는 '수도권 외 지역 우대' 표현이 함께 포함돼 있어 제도 정합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2019년부터 용인·평택·이천·화성 등 기존 반도체 거점을 중심으로 K-반도체 전략을 추진해왔는데, 이제 와서 수도권을 배제한다면 기존 정책 방향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이 기존 반도체 거점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 전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균형 발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수도권을 원천 배제하는 방식은 국가 반도체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는 앞으로도 '반도체 올케어 전담조직(All-Care TF)'과 연계해 시군,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용인·평택 등 반도체 생산거점과 안산·화성·오산 등 소부장 산업도시, 경기북부 및 동부권 규제지역 등 시군별 입지·산업 특성을 반영한 공동 대응 논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 및 관계기관과도 공조체계를 구축해 시행령 입법예고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가 27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생중계 토론회에서 공약 검증 토론을 하고 있다. ⓒKBS 유튜브 갈무리
'반도체 대전' 치르는 추미애·양향자, 공약 실현도 '위기'


이번 시행령안 논란은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반도체 전주기 완성'과 '첨단산업 전문가'를 각각 자처하며 경기 남부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었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와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 모두 공약 이행의 전제 조건이 흔들리는 타격을 입게 됐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의 주요 공약인 판교 중심 '팹리스(설계) 기업 200개 육성', 'K-반도체 클러스터'은 특별법 지원이 비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실현이 어려워지게 된다. 또 연계 공약인 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을 위한 재정적 기반도 어려워진다. 추 후보는 앞서 19일 경기남부권 8개 지자체 민주당 후보들과 '반도체 완결형 생태계'를 위한 'K-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의 '도민 1인당 GRDP 1억 원 시대', '용인·기흥 세계 1위 반도체 요충지 완공' 공약도, 시행령안대로라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완공 이후 확장성이 제한된다. 대기업 주변에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추가로 들어와야하는데, 이를 위한 단지 조성이 불가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 후보의 '반도체 활황을 통한 도 세수 확대'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난 27일 열린 공식 TV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는 후보 간 쟁점 사항이었다.


당시 토론회에서 양향자 후보가 추 후보의 팹리스 공약을 향해 "파운더리(제조) 연계 없는 설계 육성은 불가능하며 특별법 국면에서 공약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자, 추 후보는 양 후보의 '반도체 이익을 통한 무료 OTT·인터넷 복지' 공약을 두고 "법인세 등 민간 이익 증가는 도 세수로 직접 연결되지 않아 재정 구조를 모르는 공허한 약속"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정작 추 후보 역시 본인이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통과를 주도했던 반도체특별법이 시행령 단계에서 경기도를 배제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시행령안이 확정된 바 없다"고 답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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