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BGA 수요 확대에 반도체 기판 가동률 급등
삼성전기 86%·LG이노텍 91.8%…AI 서버용 물량 대응 속도
스마트폰 의존 낮추고 고부가 기판·MLCC로 체질 전환
LG이노텍의 대면적(사진 왼쪽)∙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 제품 2종ⓒLG이노텍
AI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메모리를 넘어 기판과 수동부품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GPU와 HBM이 주목받는 사이, 고성능 칩을 메인보드와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전력·신호 손실을 줄이는 패키지 기판과 MLCC의 몸값도 함께 뛰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 의존도가 컸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를 앞세워 AI 서버 밸류체인 진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패키지 기판이다.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고 전기·열적 특성이 우수해 서버용 CPU, GPU, AI 가속기 등 고출력 반도체 패키징에 주로 쓰인다.
AI 서버용 기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반도체 성능 고도화와 맞물려 있다. AI 가속기에는 GPU, HBM, 전력관리 반도체, 네트워크 칩 등 고성능 부품이 함께 들어간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수록 기판은 더 많은 회로를 담아야 하고, 신호 손실과 전력 손실, 발열 문제도 줄여야 한다. 단순히 칩을 얹는 부품이 아니라 AI 서버 성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 부품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셈이다.
수요 회복은 실적과 제품 믹스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7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회사는 AI 가속기와 서버 CPU, 네트워크용 고부가 기판 공급 확대가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도 1분기 매출 4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RF-SiP 등 통신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 공급이 호조를 보였고, 고성능 메모리 등 신규 애플리케이션용 FC-CSP 공급 확대가 이어진 영향이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제품의 무게중심이다. 과거 반도체 기판 사업이 스마트폰과 PC 등 IT 수요에 크게 좌우됐다면, 최근에는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용 대면적 FC-BGA가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부가 서버용 기판은 대면적화와 고다층화가 진행될수록 수율 확보가 어렵고 고객 인증에도 시간이 걸려, 양산 경험을 가진 업체의 협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기는 서버용 FC-BGA에서 먼저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서버용 FC-BGA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 대응을 확대 중이다. 최근에는 베트남에 FC-BGA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며 추가 물량 대응에 나서고 있다. AI 서버용 기판은 대면적화와 고다층화가 진행될수록 수율 확보가 어려워 고객 인증과 양산 경험이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기판 시장에서 다소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은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회사는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반도체 패키징 국제 컨퍼런스 ‘ECTC 2026’에 처음 참가해 AI용 대면적 FC-BGA 샘플 2종을 공개했다. 가로·세로 85㎜급 대면적 기판과 이보다 면적이 약 40% 큰 초대면적 FC-BGA를 선보이며 글로벌 빅테크 고객 접점 확대에 나섰다.
대면적 FC-BGA에는 칩 임베딩 기술도 적용됐다. 칩을 기판 위에 얹는 기존 방식과 달리 기판 내부에 매립해 신호 이동 거리를 줄이는 기술이다. LG이노텍은 이를 통해 전원 공급 과정의 전기 저항을 낮추고 서버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패키지솔루션 사업을 2030년 3조원 이상 규모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양사가 반도체 기판과 고부가 부품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기존 주력 시장의 성장 한계도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MLCC와 카메라모듈, 패키지 기판을 주력으로 해왔고,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비중이 컸다. 그러나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둔화되고 부품 단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카메라모듈과 범용 부품 중심의 성장 공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진 것이다.
FC-BGA는 단기간에 공급사가 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점도 국내 부품사에는 기회다. 대면적·고다층 기판은 미세 회로 구현과 수율 관리가 까다롭고, 고객사 인증에도 시간이 걸린다. AI 서버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경우 양산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의 협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체질 전환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주가는 AI 서버용 부품 수요 확대 기대감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양사 모두 최근 큰 폭으로 오르며 100만원을 웃도는 ‘황제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이던 AI 반도체 랠리가 FC-BGA와 MLCC 등 고부가 전자부품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FC-BGA와 고부가 MLCC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 기판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고객사 인증과 수율 안정화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요 변동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고객 다변화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스마트폰 중심의 기존 부품 사업에서 AI 서버·전장·산업용 부품으로 수요처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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