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규제의 역설'에 우는 서민들…은행 막히자 풍선효과 '비상'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6.05.27 07:02  수정 2026.05.27 07:02

규제 강화에 '머니무브'…비은행 가계대출 8.2조↑

2금융권까지 조이자 취약차주 사금융까지 밀려

"정책 한계 분명…금융 사각지대 확대 자극할 것"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 확대, 금융안전망 강화해야"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화하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수요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화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까지 관리 강도를 높이면서 취약 차주들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와 금융권 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조원 증가했다.


이중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2조9000억원 늘었다.


특히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저축은행·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1분기 8조2000억원 증가했다. 직전 분기 증가폭(4조1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주택관련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비은행권 주택관련대출은 1분기에만 10조6000억원 급증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4분기(7조2000억원)도 크게 웃돌았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에서 대출 한도가 줄거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비은행권으로의 쏠림 현상을 우려해 상호금융권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서민·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통로까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은 최근 다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제한하거나 지역 외 대출 취급을 축소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대부업 이용 문의가 늘고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도 이어지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대출을 강하게 조이면 자금 수요는 결국 규제가 덜한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2금융권까지 동시에 조이게 되면 취약차주는 벼랑 끝까지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단기적으로는 총량 억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비은행권 부실 확대와 금융 취약계층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단 견해다.


특히 공급 억제 중심의 규제가 반복될 경우 취약차주가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 총량 관리와 DSR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그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면서 비은행권 중심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향후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과 부실 확대 가능성이 크고, 이는 서민층의 이자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은행 중심 공급억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취약차주 보호와 정책서민금융 확충 없이 규제를 더 조이면 금융 사각지대 확대와 고금리·불법 사금융으로의 이탈을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비은행권에도 상환능력 중심 규율을 정교화하고, 우량·취약 차주를 구분한 차등 규제로 '악성 리스크' 위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서민금융과 채무조정 지원을 확대해 제도권 내에서 관리·조정되도록 포용적 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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