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같은 경사도, 험로도 버튼 하나면…'오프로드 치트키' 기아 타스만 [시승기]

태안 =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5.25 09:00  수정 2026.05.25 09:00

지난 22일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서 '타스만 인텐시브' 체험

X-트렉·DBC·그라운드 뷰 모니터로 급경사·수로·산악 오프로드 주파

가격·연비는 현실적 부담…험로·캠핑 즐긴다면 매력은 분명

기아 타스만 X-Pro가 수심 45cm 수로 코스를 통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다가각-다각-다가가각'. 굵은 나뭇가지가 차체 지붕과 옆면을 거칠게 긁고 지나갔다. 곧이어 타이어가 물웅덩이를 가르자 흙탕물이 양옆으로 튀었고 수많은 자갈이 '타닥-타다닥' 차체 하부와 도어 패널을 때렸다. 소리와 진동은 운전석까지 그대로 올라왔다. 평소 도로 위라면 곧장 차를 세우고 확인했을 소리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고개를 들자 우거진 숲과 진흙탕, 물웅덩이가 뒤엉킨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순간 영화 '쥬라기 월드' 속 밀림 한가운데로 들어온 듯했다. 다만 이 장면의 주인공은 공룡이 아니라 기아의 첫 정통 픽업 '타스만'이었다.


지난 22일 충남 태안군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타스만 인텐시브' 프로그램을 통해 타스만을 시승해봤다.



기아 타스만 X-Pro.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기아 타스만 X-Pro 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타스만 인텐시브는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타스만 X-Pro로 오프로드 코스와 산악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하고 캠핑까지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포장도로에서 승차감과 정숙성을 확인하는 일반 시승과 달리, 타스만의 험로 주행 성능과 레저 활용성을 실제 환경에서 체감하도록 구성됐다.


첫 코스는 통나무와 30cm 범피 구간이었다. 바퀴가 요철을 하나씩 타고 넘을 때마다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고 운전석에 앉은 몸도 함께 이리저리 밀렸다. 포장도로에서는 피해야 할 장애물이었지만 이곳에서는 타스만의 바퀴가 밟고 지나가야 할 길이었다.


기아 타스만 X-Pro가 센터 내 범피 코스 진입을 앞두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스티어링 휠도 얌전히 손안에 머물지 않았다. 앞바퀴가 통나무와 요철을 타고 넘을 때마다 휠은 좌우로 튀었고 손끝에는 노면의 거친 결이 그대로 올라왔다. 마치 '살아있는 장어'를 움켜쥐고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기분이었다. 당황스러운 만큼 등줄기는 서늘해졌지만 동시에 묘한 전율이 일었다. 직접 조향하고 있다는 감각은 긴장과 공포, 쾌감 사이를 넘나들었다.


다음 코스는 경사율 70%의 급경사였다. 말이 경사율 70%지, 운전석에서 마주한 코스는 절벽처럼 보였다. 본래 전문 인스트럭터에게만 주행이 허락되는 고난도 구간이라는 설명이 먼저 긴장감을 키웠다.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X-트렉 모드를 활성화했다. X-트렉은 험로에서 운전자가 요구한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저속 크루즈 컨트롤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타스만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기아 타스만 X-Pro가 경사율 70% 급경사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막상 차가 오르기 시작하자 앞유리 너머에는 길보다 하늘이 먼저 들어왔다. 하늘을 향해 오르는 듯한 각도였지만, 하늘나라까지 갈 일은 없어야 했다. 속으로는 조용히 기도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차가 중앙을 벗어나지 않도록 전방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조향하는 것. X-트렉은 가속과 제동을 대신 맡았고 운전자는 방향만 붙잡으면 됐다.


내리막은 더 극적이었다. 차체가 꼭대기를 넘어 아래로 꺾이는 순간 롤러코스터 첫 낙하 직전처럼 몸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속도는 급격히 붙지 않았다. 타스만은 스스로 저속을 유지했고 운전자는 다시 조향에 집중하면 됐다. 이 코스를 일반 참가자에게 직접 열었다는 점에서 타스만의 오프로드 성능에 대한 기아의 자신감이 읽혔다.



측면 경사로 코스를 주행 중인 기아 타스만 X-Pro가 사이드미러에 비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후 모래와 자갈, 머드 구간으로 이어졌다. 노면이 바뀔 때마다 타스만은 터레인 모드를 달리하며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힘을 나눴다. 측면 경사로에서는 차체가 벽을 타듯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몸이 반대편으로 쏠렸다. 마지막 수로 구간의 수심은 45cm. 일반 승용차라면 바퀴를 담그기 전부터 긴장할 깊이지만 타스만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길을 가로질렀다.


기아 타스만 X-Pro 실내 디스플레이에 수로 코스 전방 시야와 차량 주변 화면이 표시되고 있다. 수로 구간의 수심은 45cm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렇게 센터 내 오프로드 코스에서 기본 움직임과 주요 기능을 확인하고 몸풀기를 끝낸 타스만은 센터 밖 산악 오프로드 코스로 향했다.


센터 밖 산악 오프로드 코스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산악 코스는 긴장을 늦출 틈이 없었다. 우거진 숲길은 더 좁아졌고 노면은 훨씬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며칠 전 내린 비 탓에 곳곳에는 머드 구간이 남아 있었고 차량은 의지와 상관없이 살짝 밀릴 수 있다는 인스트럭터의 설명이 이어졌다.


기아 타스만 X-Pro 실내 디스플레이에 그라운드 뷰 모니터와 서라운드 뷰 모니터 화면이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한쪽 아래로는 바다가 보이는 낭떠러지도 있었다. 조금만 오른쪽으로 밀리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 센터 콘솔에는 타스만의 전장 5.4m, 전폭 1.9m, 전고 1.9m가 그림처럼 새겨져 있었다. 차가 얼마나 큰지 굳이 숫자로 다시 알려주는 친절함이랄까. 산악 코스처럼 좁은 길에서는 이 큰 차체가 안정감과 부담을 동시에 줬다.


이때 의지하게 된 건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그라운드 뷰 모니터였다. 전방 시야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와 앞바퀴 아래 노면을 화면으로 확인하며 천천히 주행했다.


기아 타스만 X-Pro 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내리막에서는 DBC가 차를 붙잡았다. DBC는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올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자동으로 일정 속도를 유지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브레이크를 계속 밟지 않아도 차는 속도를 무작정 키우지 않았고 운전자는 방향을 잡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인스트럭터는 "경사로 저속 주행 장치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느껴보라"며 DBC를 끄고 내려가보라고 했다. 자신 있게 발을 뗐던 조금 전과 달리 기능을 끄자마자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차가 갑자기 폭주한 것은 아니지만 속도를 내가 직접 붙잡아야 한다는 감각이 확 살아났다. DBC가 켜져 있을 때의 안정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산악 오프로드 주행을 마친 기아 타스만 X-Pro 전면부에 진흙이 묻어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주행이 모두 안전하게 끝난 뒤 선두에 선 인스트럭터 차량은 이미 진흙을 잔뜩 뒤집어쓴 상태였다. 야생에서 타잔을 처음 마주한 제인의 심정도 이랬을까. 거칠고 투박한데 이상하게 매혹적이었다.


산길 위의 타스만은 '테스토스테론의 의인화', 아니 '테스토스테론의 의차화'에 가까웠다. 평소 같으면 흠집이나 오염부터 걱정했을 장면인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가장 타스만다워 보였다. 매끈하게 닦인 전시장 차보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픽업이 훨씬 자연스럽고 멋있었다.


생존본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이었다. 평소라면 주차장 기둥만 스쳐도 식은땀 났겠지만 조금 전까지는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진흙탕과 물웅덩이를 지나왔다. 차가 버텨준 덕분이지만, 어쨌든 괜히 조금 더 용감해진 듯했다. "이 차 사면 인생이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아 타스만 X-Pro 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다만 산길을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면 계산기는 다시 켜진다. 타스만은 다이내믹 3750만원, 어드벤처 4110만원, 익스트림 449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이날 체험한 X-Pro는 5240만원이다. 복합연비는 기본 모델 17인치 휠 2WD, 빌트인캠 미적용 기준 8.6km/ℓ다. 매일 도심에서 출퇴근만 한다면 크기, 주차, 기름값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마음이 완전히 식지는 않는다. 가격과 연비는 이성을 붙잡지만, 이날 타스만이 보여준 장면은 그 이성을 꽤 집요하게 흔들었다.


기아 타스만 X-Pro가 진흙탕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타깃

-세차 미루는 게으름을 '오프로드 감성'이라고 포장하고 싶다면

-험로를 즐기고 싶지만 결국 첨단 기능의 보살핌은 받아야 안심되는 당신

-캠핑이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라면 당장 계약서를 써도 좋다


▲주의할 점

-오프로드를 안 탈 거라면 상당수 기능은 비싼 버튼 장식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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