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500'에 예금서 증권 계좌로 이동
변동성 커지자…기업 대기 자금 비축 움직임
유동성 관리 부담 커질까 우려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에 코스피 7500 돌파 화면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시중은행 정기예금에서 개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기업의 대기성 자금은 유입되는 자금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은행을 떠나는 개인들과 대외 변동성에 대비해 언제든 뺄 수 있는 현금을 쌓아두려는 기업들의 행보가 엇갈리며 나타난 결과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37조18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2731억원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말보다는 2조1029억원 줄면서 감소세가 더욱 확연하다.
반면 은행의 전체적인 자금 규모를 나타내는 총수신 잔액은 오히려 늘었다.
이들 은행의 총수신은 지난달 말 기준 2216조5941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9조196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3조4227억원이나 불어난 규모다.
정기예금이 줄어드는 데도 전체 수신이 늘어난 것은 가계와 기업 간의 자금 운용 방향이 정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개인 고객의 자금은 은행 예금을 이탈해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코스피가 7500선을 등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고객 입장에선 정기예금의 금리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기업 고객은 중동 사태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확대된 시장 변동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나 집행 대신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대기성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전략을 택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종전 기대와 중동 리스크 재부각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며 한동안 변동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조달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기업 자금은 개인 자금에 비해 시장 상황이나 금리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규모 자체가 큰 데다 더 높은 수익처가 나타날 경우 언제든 한꺼번에 빠져나갈 위험이 커서다.
또 기업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 등 이자와 직결되는 만큼 시장 금리가 오르면 비용 절감을 위한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은행권 일각에서는 조달 비용 상승과 유동성 관리 부담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요구불예금 등에 자금을 쌓아두면 장기적으로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기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만약 기업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은행은 높은 금리의 은행채를 발행하는 등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자금은 개인 자금보다 이동 규모가 크고 속도도 빨라 은행의 자금 조달 계획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의 조달 안정성과 유동성 관리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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