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행사 사태, 누구의 잘못인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성수동 거리 사진. SNS 캡처
지난 1일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 행사가 인파로 인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포켓몬스터’ 30주년을 기념한 행사였다고 한다. 여기에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전날 밤부터 성수동에 설치된 대기줄을 따라 ‘밤샘 대기’를 한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오전 10시에 행사가 시작되자 인파가 그야말로 물밀 듯이 밀려왔다고 한다. 사람들이 발을 옮기는 것조차 힘들 정도인 상황이었고, SNS에는 “성수역 출구부터 이동이 어려울 정도”라는 목격담과 함께 안전 우려를 제기하며 “오지 마라”, “걷지도 못한다”, “위험해 보인다”, “경찰차 출동했다” 등의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이날 성수동에선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 ‘메타몽 놀이터’ 등 다양한 체험형 공간과 함께 스탬프 6개를 모으면 경품을 제공하는 ‘스탬프랠리’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 이벤트를 체험하고 경품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성수동 카페거리를 4만 인파가 가득 메웠는데 얼마나 사람들이 많았던지 휴대폰 통신까지 불안정해졌다고 한다. 상황이 위험해지자 경찰 신고가 잇따랐고 서울시에서 주최 측에 행사 중단을 요청했다. 그래서 주최 측이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행사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벤트를 기대하고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찾은 일부 방문객들은 갑자기 행사가 취소되자 강력히 반발했다. 현장에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 소동이 인터넷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자 비난이 쏟아졌다.
주로 주최 측을 향한 비난이었다. “대규모 인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람이 이렇게 몰릴 거라는 걸 주최 측은 예상 못 했나”, “성수동에 사람들을 몰아넣어선 안 됐다. 동선이 멀어지더라도 서울 곳곳에 행사를 분산시켜야 했다” 등 주최 측의 관리 부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포털에 걸린 언론사들의 관련 기사에선 이런 누리꾼들의 질타만 소개되고 반론은 나오지 않아, 언론사들도 주최 측 비판에 동참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게 과연 주최 측만의 잘못일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이번 성수동 포켓몬 사태를 나란히 거론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두 사건에는 차이가 있다.
이태원은 핼러윈 성지라고 할 만큼 원래 핼러윈 인파가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핼러윈 때 이태원에 엄청난 인파가 몰릴 거라는 걸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에 성수동에서 포켓몬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수만 인파가 물밀 듯이 몰려올 거라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
물론 주최 측이 보다 사려 깊게 준비하고 인파 관리도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를 당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월드컵 한국대표팀 거리응원이나 방탄소년단 공연 정도도 아닌데, 어느 기업의 캐릭터 이벤트 때문에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울 거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일은 우리 사회에서 돌발적 인파 밀집에 의한 사고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요즘 젊은 누리꾼들이 어떤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놀라운 열정을 보인다. 그래서 팝업스토어 같은 것들이 문을 연다고 하면 갑자기 오픈런 사태가 터지기도 하고, 특정 행사에 대군중이 모이기도 한다.
요즘 트렌드에 대한 쏠림 현상이 매우 강해졌다. 지난겨울 ‘두쫀쿠’ 신드롬도 그렇고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1600만 흥행도 그렇고, 뭐든지 터지면 깜짝 놀랄 만큼 크게 터진다. 군중의 에너지가 일제히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트렌디한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렇기 때문에 언제든 뜨거운 트렌드가 터질 수 있고, 특정 이벤트에 군중이 집결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군중 집결에 의한 위험이 상존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의 10만 명 집결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1만 명 집결이 더 위험하다.
요즘 이른바 ‘핫플레이스’라는 곳들은 골목일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곳에 갑자기 수천 명이라도 몰리면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문제는 어느 행사에 대군중이 몰릴지 사전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게 불확실성 속에 위험이 상존하는 시대라는 점을 행사 기획자나 참여자가 모두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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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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