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대출의 시대, 생계형 금융 강화 필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5.01 07:04  수정 2026.05.01 07:04

주담대·신용대출 규제, 서민을 카드론·약관대출로 내모는 '불황형 대출' 급증 초래

가계부채 총량은 잡았지만…고금리 2금융으로 쏠리며 대출 '질'은 악화

생계형 대출에는 DSR·총량 규제 예외를 둔 '위험 기반 정밀 규제'가 해법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신용카드 대출 광고물이 붙어 있다. ⓒ뉴시스

최근 카드론과 보험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이 다시 가파르게 늘고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규제를 강하게 조인 결과, 정작 서민과 취약계층은 더 비싸고 더 위험한 ‘불황형 대출’로 내몰리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정책 목표는 타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생계형 차주까지 동일한 잣대로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불황형 대출은 이름 그대로 경기가 나쁠수록, 가계가 어려울수록 늘어나는 대출이다.


대표적인 것이 카드론과 보험약관대출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문이 좁아지면, 서민들은 결국 카드사·보험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고금리·단기성 대출로 밀려난다.


수치로만 보면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은 둔화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대출의 ‘질’은 눈에 띄게 나빠지는 구조다.


실제 흐름을 보면 이런 우려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카드론 잔액은 2026년 들어 40조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규제 이후 한동안 주춤하던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험약관대출 역시 7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데 이어, 보험사의 전체 대출채권 잔액과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예·적금, 자동차, 보험까지 담보로 잡히는 각종 ‘급전 대출’ 창구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생활이 버거운 가계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지난 몇 년간의 가계부채 규제 강화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대한 총량 규제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하고, 여기에 카드론까지 신용대출로 포함시킨 데 이어, 3단계 DSR 규제를 통해 2금융권 장기카드대출과 신용대출까지 촘촘하게 묶어 놓았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본래 겨냥했던 대상과 실제로 강하게 타격을 받는 계층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설계 단계에서는 ‘영끌 투자’와 ‘주택투기 차주’가 주요 대상이었지만, 적용 단계에서는 소득이 낮고 담보가 부족한 생계형 차주까지 포괄적으로 압박했다.


은행에서 길이 막힌 차주들은 카드론·보험약관대출 등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이동했고, 그 결과가 오늘의 불황형 대출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방향성은 한층 분명해진다. 영국은 크레딧 유니온(신용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실업자·연금생활자·복지수급자에게 소액 생계대출을 제공하는 사회적 금융 인프라를 운영한다.


저금리·소액·단기 구조의 상품을 통해 고금리 페이데이론을 대체하고, 복지급여·연금에서 자동이체 방식으로 상환을 관리해 연체 위험을 줄인다.


우리도 이제 정책의 무게중심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 안정과 금융시스템 위기 예방을 위한 대출 규제는 더 정교하게, 더 엄격하게 가져갈 수 있다.


다만, 이와 별도로, 생계형 차주를 위한 금융 안전망을 확실히 구축하고 보호하는 장치가 함께 가야 한다.


첫번째로, DSR 산정 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신용대출을 일괄적으로 DSR에 반영하면, 투기성 대출과 생계형 대출을 구분할 수 없다.


일정 소득 이하, 무주택·1주택 실거주 가구가 의료비·교육비·생활비 등 생계 목적으로 이용하는 카드론·약관대출에 대해서는, DSR 산정 시 일부만 반영하거나 스트레스 금리를 완화하는 방식을 검토할 만하다.


두번째로, 총량 규제는 ‘대출 총량’이 아니라 ‘위험 총량’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주택담보·투기성 대출과 서민 생계형 대출을 동일선상에 놓는 한계가 있다.


정책 서민금융·중금리 생계 대출은 총량 규제 산정에서 일부를 예외 또는 차감해 주고, 반대로 고위험·투기성 대출 증가에는 강한 규제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설계를 바꿔야 한다.


결론적으로 불황형 대출의 급증은 단순한 통계의 움직임이 아니라, 가계와 정책 모두에게 켜진 경고등이다.


가계부채의 ‘총량’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대출이 줄어들고 어떤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지, 그 구조와 질의 변화를 함께 보아야 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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