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경쟁, 결국 메모리…韓, 지능 수출국으로 전환해야"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4.28 11:18  수정 2026.04.28 11:18

"AI는 자본·전력·GPU·메모리…1GW 데이터센터에 500억 달러"

"전기 없인 AI도 없다"…데이터센터 옆 발전소 결합 필요성 제언

"구리선 대신 광으로"…'포토닉' 언급하며 차세대 기술 대안 제시

미·중 패권 틈새 생존 전략…"한일 경제 협력, 6조 달러 시장 구축"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한중 의원연맹 2026년 제1회 정책세미나'에서 '미·중 AI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겸 SK그룹 회장은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이 결국 메모리의 효율성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AI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병목현상(Bottleneck)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 반도체의 핵심인 메모리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한중 의원연맹 2026년 제1회 정책세미나'에서 "AI 시대는 얼마나 많이 기억하느냐가 지능을 좌우한다"면서 "결국 이러한 지능이 생기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메모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의 무게중심이 연산 능력에서 '기억의 용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지금의 AI는 계산을 얼마나 잘 하느냐, 연산을 얼마나 잘해서 스피드 있게 답을 내놓느냐도 상당히 중요한 그동안의 관건이었지만, 이제 시간이 흐를수록 얼마만큼 많은 기억을 AI가 갖고 있게 만들겠느냐가 중요해졌다"면서 "결국은 메모리 문제로 다가왔고 그러다 보니 메모리를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쓰게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의 발전 과정에서 4가지의 병목현상(Bottleneck)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AI 성장 전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선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데이터 센터는 일반적인 데이터 센터와는 다르다"면서 "AI 데이터 센터는 실제 집어넣은 데이터를 통해서 지능을 만들어내는 곳인 만큼, 1GW(기가와트)짜리 하나 짓는 데 5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운영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돈이 있어도 전기가 있어야 데이터 센터가 운영된다"면서 "원전 하나 정도를 해야 1기가와트 데이터센터를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아예 AI 데이터 센터 옆에다가 발전소를 같이 지어버리는 모델이 나온다"면서 "중앙 그리드에서 뽑아 쓰기엔 전력 변동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력 생산 속도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속도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AI 전쟁에서 중국이 더 우세할 수 있다는 얘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드웨어 구조의 변화 역시 병목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독점했지만, 구글의 TPU 등 새로운 종류의 프로세스 유닛이 시장에 나오면서 물리적인 하드웨어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가 달라져야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GPU의 발전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결국 해법은 메모리 확장에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메모리를 계속 늘릴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며 "GPU 칩 옆에 한 8개의 HBM을 같이 붙여서 아예 하나의 칩으로 만든다. 이렇게 안 하면 속도가 떨어져서 모델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는 "메모리가 AI의 바틀랙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를 뚫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도들이 있다"며 "지금의 바틀랙을 광통신으로 엮어버리는 포토닉 형태의 기술이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GPU와 메모리 사이를 엮는 구리선을 포토닉으로 바꿀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아끼고 스피드도 올릴 수 있어 바틀랙을 꽤 많이 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한중 의원연맹 2026년 제1회 정책세미나'에서 '미·중 AI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으로는 'AI 네이티브 국가'로의 체질 개선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더 이상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만든 지능 시스템(소버린 AI)을 해외에 파는 수출국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공공 영역에서 먼저 AI 수요를 창출하고 속도감 있게 애플리케이션을 가져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인프라스트럭처에 미리 투자를 해놔야 민간의 참여자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날아와 이 시장을 참여하려 할 것"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지정학적 위치 재설계도 강조했다. 그는 미·중 패권 전쟁의 틈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파격적인 경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일본과의 경제 통합이 필요하다"면서 "양국의 경제적으로 합쳐지면 6조 달러 정도쯤 되는 GDP 사이즈로 늘어난다. 일본과의 협력으로 힘을 기를 필요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들며 "EU가 미국이나 중국한테 대등한 형태로 맞설 수 있는 사이즈로 성장했다"며AI라는 기술적 엔진에 한일 통합이라는 지정학적 재설계를 더해 대한민국 성장의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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