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은 한국에서 끝나지 않는다…미국 거주자의 한국 상속 리스크 [미국진출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4.28 07:00  수정 2026.04.28 09:59


한국에 있는 재산을 상속받았으니, 한국에서 상속세만 신고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속인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라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상속은 한 국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세법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 중 하나는, 부모는 한국에 있고 자녀는 이미 미국에 정착해 있는 경우다. 이때 상속 절차는 생각보다 초기 단계부터 어려움이 발생한다. 상속세 신고 이전 단계인 '재산 파악'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상속인의 경우, 피상속인의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채무 관계를 한 번에 확인하기 어렵다. 금융기관별 계좌 조회, 숨겨진 채무 여부, 임대차 보증금과 같은 사실관계까지 개별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자산은 가족 간 인식과 실제 명의가 다른 경우도 있어, 단순히 전달받은 목록만으로는 정확한 신고가 어려운 상황도 적지 않다.


특히 고령의 부모가 장기간 관리해 온 자산일수록 거래 내역이나 자금 흐름이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누락된 자산이 뒤늦게 확인되거나, 성격이 불분명한 자금이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상속세 신고는 한 번으로 끝나는 절차이지만, 그 전 단계의 재산 정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 리스크로 연결되기 쉽다.


신고 단계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과 같이 시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자산의 경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따라 세금뿐 아니라 향후 대응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세 부담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사후 검증 가능성과 분쟁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상속 이후 자산을 처분하는 단계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 부동산을 상속받은 뒤 매도하는 경우, 한국에서의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미국 세법상 과세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상속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취득가액이 설정되기 때문에, 상속 당시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가 이후 세금 계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속 시점의 판단이 단순히 그 해의 세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자산 처분 단계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자금 이동 역시 단순하지 않다. 상속세 납부 이후 남은 자금을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는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과 일정한 절차가 요구된다. 부동산 매각 대금이나 가족 간 분할 자금이 포함된 경우에는 금융기관의 추가 확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사전에 자금 흐름을 정리하지 않으면 송금이 지연되거나 예상보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 사례도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간과되기 쉬운 또 하나의 요소는 거주자 판정이다. 이미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무 관계가 모두 미국 기준으로 정리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족의 거주지, 주요 자산의 위치, 생활의 중심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한국 세법상 거주자로 판단될 여지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상속이 이루어지면 이후 자산 처분이나 과세 구조 자체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최근에는 자녀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상속을 단순히 국내 세금 문제로만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크거나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속 이후의 관리 방식에 따라 세무 리스크의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상속세 신고 자체보다 그 이후의 흐름이 더 중요한 이유다.


상속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이후 자산 관리 구조의 출발점에 가깝다. 재산 파악, 평가 기준, 자산 처분, 자금 이동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흐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이후 세무 리스크의 범위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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