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뒤통수 맞은 2차전지…중동 전쟁에 웃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4.28 07:02  수정 2026.04.28 07:02

코스피 상승률 웃돈 2차전지

개별 종목 호재에 ESS 기대감까지

단기 급등 따른 조정 가능성 유의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국내 2차전지 업계가 미국 대내외 정책에 울고 웃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정부 정책 뒤집기'로 전기차(EV) 보조금 백지화 후폭풍이 가중되던 상황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위기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EV 분야는 최악의 국면을 관통하고 있고 ESS 분야는 성장성이 기대되는 만큼, 긴 안목에서 비중확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와 K-AI 2차전지 지수는 최근 7거래일 동안 각각 16.25%, 15.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25%)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KRX K-AI 반도체 TOP2+ 지수(12.78%), KRX 반도체 TOP 15 지수(11.10%), KRX AI 반도체 지수(10.55%) 등 국내증시를 상징하는 반도체 관련 지수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2차전지 업종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ESS 관련 희소식이 종종 들려오긴 했지만, 미국의 EV 보조금 백지화 여파를 극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ESS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유럽산 EV 공략에 성공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개선된 모양새다.


일례로 삼성SDI 주가는 메르세데스-벤츠와 EV 배터리 다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7거래일 동안 32.71% 상승했다.


저점을 찍은 EV 분야 반등이 기대되는 가운데, ESS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피지컬 AI 관련 수요에 전쟁 후폭풍이 더해지며 예상을 뛰어넘는 업황이 전망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전쟁 충격으로 나타난 고유가 환경에서 기존 에너지원의 대체 밸류체인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2차전지의 비중확대를 권고했다.


일각에선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규제가 ESS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 향후 안정적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전력망과 물 사용에 대한 우려가 데이터센터, 특히 AI 인프라 건설을 둘러싼 규제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규제의 핵심은 건설 중단이 아닌, 데이터센터 가동에 따른 외부 효과의 비용 내재화에 있다. 정책이 비용 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수요 자체의 둔화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냉각수 등 데이터센터 소모 자원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돼 지역주민 반발을 사고 있는 만큼, 향후 관련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이 추가될 수 있으나 데이터센터 필요성을 억누르진 못할 거란 분석이다.


"조정은 매수 기회"


장기적으로 긍정적 흐름을 예상하더라도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시장을 크게 아웃퍼폼한 배터리 섹터가 종전 협상 마무리 수순이 확인될 경우, 단기적으로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종전과 무관하게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에너지원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ESS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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