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인재 순유출 심화…세제 혜택만으론 한계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4.24 15:39  수정 2026.04.24 15:41

한국, AI 특허 21.3%…순유출 –0.35

산업 경쟁력 약화…기술·노하우 유출

중소·스타트업 등 세제 지원 강화

보상·R&D 환경·정주 여건 개선 필요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한국이 인공지능(AI) 인재 순유출국으로 전환된 가운데 국내 AI 인재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AI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핵심 인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소·스타트업 등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세제 지원 강화와 함께,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보상체계, 연구개발(R&D) 환경 개선, 정주 여건 확충 등 종합적인 인재 유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AI 인재 ‘-0.35’…두뇌 적자 심각


24일 미국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2026 AI 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세계 AI 기술 관련 연도별 특허 등록건수는 평균 1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21.3%로 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중국(20.3%), EU(20.7%), 미국(11.1%)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AI 인재 순유출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의 AI 인재이동지수는 -0.35다. 이는 AI 분야 종사인원 만명당 순이동 인구 추정치로, 마이너스면 인재 순유출국이라는 의미다. 반면, 미국(0.92)과 영국(0.62)은 AI 인재 순유입국이다.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인적자원 손실을 넘어 AI 기술 경쟁력과 경제성장 동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성과보다 행정·연공…인재 유출 부추겨


인천 중구 인천보건환경연구원 매개체감염병과 실험실에서 연구사들이 모기 종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AI 인재 유출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열악한 연구지원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국의 고급인력 해외유출 현상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방안’을 보면 한국의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비는 19만 달러로 미국(49만2000달러), 독일(29만 달러), 일본(23.4만 달러) 등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이는 자원 투입 자체에서부터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지원 인력 부족 역시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한국은 연구인력당 연구지원인력 수는 0.22명이다. 이는 독일(0.63명), 영국(0.53명), 프랑스(0.48명)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연구자가 행정·관리 업무까지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연구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천구 대한상의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연구환경에서는 연구비 수주와 집행, 정산, 과제보고 등 복잡한 행정처리가 과도하게 요구되고 있어, 실질적인 연구성과 창출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보상 체계 역시 인재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 연구위원은 “성과보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승진과 보상 체계는 능력 중심의 공정한 평가, 성장기회를 제약한다”며 “해외 선진 연구기관의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는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우수 인재들에게 큰 유인요소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격차도 뚜렷하다. AI, 빅데이터,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내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이를 방증한다.


첨단 인력들이 주로 활용하는 미국 정부의 고급인력 취업비자(EB-1·2) 발급 현황은 2023년 기준 한국인은 5684명이었다. 이를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10.98명으로 중국(0.94명)의 11배, 일본(0.86명)의 12배에 달한다.


실리콘밸리, 보스턴, 시애츨 등 미국의 주요 기술 혁신 클러스터로 이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향후 전문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박사급 연구자 지원 확대…정부, 인재 유출 대응 나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데일리인DB

AI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보수체계와 평가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 연구 성과에 대한 보상이 명확히 작동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연동형 급여 체계를 강화해 최상위 저널 게재, 첨단기술 특허 등록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에 대해 별도의 성과급과 연구비를 추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진다. 김 연구위원은 “첨단산업 종사자에 대해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허용하는 별도 규정을 마련하고, 연구의 질적수준, 혁신성,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리스크 테이킹 인센티브 기준을 도입해 실패하더라도 도전적 연구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지원 체계 역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신생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국회예정처는 보고서를 통해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발생하며, 중소 기업의 1기업당 평균적인 세액공제액도 대기업 대비 3% 수준”이라며 “AI 등 혁신분야의 기업은 기술 상용화까지 장기간 결손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혁신분야 신생기업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라도 미공제세액을 환급하는 등 정책의 활용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박사급 연구 인력의 안정적 연구 기반을 확충하고 산업 현장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전략기술 박사후연구원 산학 프로젝트 사업’을 공고하고, 신규 컨소시엄 모집에 착수했다.


사업은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박사급 연구 인력의 안정적 연구 기반을 마련하고, 산업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오는 2031년까지 총 308억원이 투입된다.


인재 해외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 이에 따라 박사급 연구 인력이 산업현장과 연계된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 가능성도 올린다.


이준배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박사급 연구 인력의 연구 단절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국가전략기술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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