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서 '기술 내재화' 내려놨다…자존심 대신 '반등'에 무게

데일리안 베이징(중국)=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4.24 06:00  수정 2026.04.24 15:53

아이오닉 중국 진출 함께 현지 기술 적극 수혈

자율주행은 모멘타, 배터리는 CATL 협력

내재화 고집 접고 현지 협력으로 전략 수정

현지 최적화 앞세워 '신에너지차' 시장 공략

현대차의 중국 전략형 전기 SUV 콘셉트카 '얼쓰'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내놓는 신차에 자율주행, 배터리 등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차 기술 내재화를 고집해왔지만, 최근 자존심보다 '속도'로 전략을 수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사실상 원점에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2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오토차이나 2026)'를 계기로 중국 전동화 전략 전환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이달 베이징에서 아이오닉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고,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차와 콘셉트카를 잇달아 공개하며 현지 재공략 신호탄을 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중국 공략의 핵심에 '중국 업체'들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에서 출시하는 아이오닉 시리즈 신차에 현지 IT기업 '모멘타(Momenta)'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부터 CATL, 시노펙, 위에다그룹 등 배터리·에너지·자동차 분야 주요기업과 전방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CATL과는 CTP(셀투팩)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에너지 기업 ‘시노펙’과는 광저우에 있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법인 ‘HTWO 광저우’를 거점으로 수소 생태계 조성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핵심 기술은 직접 쥐어야 한다'는 기조로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 도전해온 현대차의 기조와는 반대되는 행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SDV, 전동화, 수소를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고, 특히 자체 플랫폼 확보와 소프트웨어 기술 내재화를 주된 목표로 삼아왔다.


현대차가 자체 기술에 대한 고집을 꺾은 건 중국 현지에 최적화된 차량으로 시장 반등에 성공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 업체의 신에너지차 시장 점유율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현지 맞춤형 차량을 제공하기 위해선 현지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현대차의 기술 내재화 속도가 중국업체 대비 늦은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최근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 개발 협력을 확대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기술 주도권을 쥘 수 없다면, 필요한 분야에선 가장 강한 파트너와 연합해 경쟁 우위를 만드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중국 시장은 내재화 대신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현대차그룹차원의 전략 변화가 중국 시장에 맞게 적용된 셈이다. 실제 중국에선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NEV가 이미 승용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BYD와 지리, 샤오펑 같은 토종 업체들은 가격뿐 아니라 스마트콕핏, 운전자보조, 자율주행, 사용자 경험까지 시장을 빠르게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현대차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이 됐다는 점도 전략 변화의 배경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베이징현대에 11억달러를 추가 투입하기로 한 것도, 단순한 연명보다 전동화와 현지 맞춤 신차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다시 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읽힌다.


이같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중국 시자에서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In China, For China, To Global)’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EV 신차를 6종을 공개하고, 연간 5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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