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 하우스에 뚫린 구멍, '날 선 세상'을 연결하는 다정의 통로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그룹 엔시티위시(NCT WISH)가 지난 20일 정규 1집 '오드 투 러브'(Ode to Love)를 발매했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세계적인 명곡 크랜베리스의 허밍 모티브를 재해석해, 차가운 세상 속에 다정함을 전하겠다는 소년들의 순수한 포부를 담았다. 특히 이번 뮤직비디오는 에로스와 안테로스 신화를 차용해, 단순한 사랑을 넘어 '서로 맞닿는 진심'에 대한 서사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SM엔터테인먼트
줄거리
영상은 미니어처 하우스의 작은 구멍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뚜뚜루뚜'를 외치는 멤버들의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시작된다. 양들이 가득한 평화로운 집안에 아기 천사가 나타나고, 멤버들은 큐피드의 날개를 단 채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숲을 유영한다. 나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화면은 숲속에서 동화책을 보던 멤버들이 하늘에 난 구멍을 통해 밑에 있는 미니어처 하우스를 내려다보는 기묘한 구조를 보여준다.
별가루가 날리는 밤하늘을 달리던 위시 멤버들은 소원을 빌며 화살을 쏘아 올리고, 영상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 장면, 모빌에서 별을 떼어 바라보는 시온의 가슴에는 화살이 꽂혀 있다. 이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던 큐피드가 스스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오묘한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해석
이번 뮤직비디오의 핵심은 에로스와 안테로스다. 신화 속에서 에로스가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는 존재라면, 안테로스는 그 사랑에 응답하고 보답하는 상호의 다정함을 상징한다. 미니어처 하우스(작은 세계)와 숲(신화적 공간)을 연결하는 '구멍'은 '날 선 세상 One way 연결해'라는 가사처럼, 단절된 세상에 다정함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된다.
멤버들이 쏜 화살은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을 녹이는 매개체다. 특히 시온의 심장에 꽂힌 화살은 프시케를 사랑하게 된 에로스의 설화를 연상시킨다. 이는 다정함을 전파하던 주체가 결국 그 다정함에 동화되어 하나가 된다는 진심이 맞닿을 때의 순간을 시각화한 것이다. 나비의 관점 역시 영혼을 상징하는 프시케를 비유하며, 세상 모든 곳에 다정함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위시의 시선을 반영한다.
ⓒSM엔터테인먼트
총평
엔시티위시는 정규 1집을 통해 '청량함'이라는 팀의 정체성을 한층 깊이 있는 서사로 확장했다. '라이프 이즈 비터, 벗 위 아 게팅 스위터'(Life is bitter, But we’re getting sweeter)라는 가사처럼, 고단한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다정함으로 세상을 색칠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신화적 모티브를 미니어처와 나비의 시점 같은 아기자기한 연출로 풀어내 무겁지 않게 전달한 점도 특징이다.
2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이들은 행운을 빌어주는 소년들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다정함의 화신으로 도약했다. 자극적인 사운드가 범람하는 케이팝(K-POP) 시장에서 크랜베리스의 아련한 선율을 빌려 '위 싱 포 러브'(We sing for love)를 외치는 이들의 행보는, 차가운 현실을 녹이는 따뜻한 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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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선 세상을 둥글게 깎아내는 콧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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