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송주’ 은은한 술맛과 깨끗한 뒤끝에 반하다

입력 2009.07.07 14:01  수정

약주 전문제조 ´와송제´ 방문 취재기

얼마 전 저녁식사에 만난 술이 ‘와송주(瓦松酒)’이다. 술 이름만 들었을 땐 누워있는 소나무와 관련된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술은 기와 와(瓦)에 소나무 송(松) 술 주(酒)의 와송주(瓦松酒)이다.

와송과 와송주

오래된 시골 기와집이나 사찰의 기와지붕에 자라는 귀한 약초가 ‘와송’이다. 진시황제도 몰랐다는 ‘와송’ 은 기와, 바위 등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 ‘기와솔’, ‘바위솔’로도 불렸다.

세상에는 신비한 약초들이 인간을 이롭게 하고 아픈 사람을 낫게도 한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에는 사람들은 곡식이 떨어지면 산천을 찾아 먹을거리를 찾아 배고픔을 해결했다. 그중에는 각종 버섯류, 나물류, 약초, 열매, 나무 등 어떻게 그 많은 이로운 식물들을 구분하고 분류 했을까 싶다. 특히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등을 집필한 선현들에게 경의를 드린다.

와송제의 이상식 사장

어떤 만남에도 소중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 인연은 저마다 가꾸고 지키고 나눌 때 더욱 소중해 지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몇 달 만에 만난 분인데 갑자기 퇴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세상이 조금 못마땅하고 이상했다.

그러나 앞에 계시는 분은 담담하게 공직 퇴임 후 선택을 받아 여태까지 경험을 살릴 수 있어 좋았다며 임명권자에게 고마움과 감사를 잊지 않았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이 술 어때요” 라고 묻는다. "맛은 괜찮은데요." 하지만 술은 술 깬 후에 머리가 맑은지 뒷골은 안 아픈지가 증명되어야만 술꾼에게는 술이 좋고 나쁨이 최종 판별난다.

이 분이 양평부군수로 재직할 때 만난 술이라며 언제 여기 한번 취재해보라고 권한다. 내친 김에 당장 전화를 해서 취재 시간을 잡아서 찾아간 곳이 ’(주)와송제‘이다.

약 80km를 달려간 곳은 청정지역인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에 있다. 와송제 이상식 사장(57)을 만나 물가에 지은 정자에 앉으니 세월을 낚는 곳인지 이름이 참 정겨운 산골이다. 한자로는 세월리(洗月里)라 일러준다.

와송제의 원두막식 정자, 이 사장이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로 주문을 받고 있다.

옛날 옛적에 달 밝은 밤에 선녀들이 세월리 골짜기에 내려와 목욕을 했는데 그 광경을 지켜본 달님도 그만 따라 내려와 씻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심심산골 세월리(洗月里). 맑은 물이 철철 흘러내리고 있다.

와송제에는 술 만드는 제조시설 약 50평과 가정집 겸 사무실, 창고 등이 있었다. 골짜기 계곡물을 끌어와 철철 넘치게 해놓고 그 위에 배흘림기둥의 원두막을 세웠는데 대자연 속에 운치가 아주 그만이다. 보이는 것은 온통 녹음과 물소리 새소리가 들려 도회지의 각박함은 흐르는 물에 한순간에 씻겨버리는 것 같다.

와송제 입구에는 개 한 마리가 오수를 즐기고 있는데 이 녀석은 낯선 사람인 기자가 다가서는데도 짖지도 않았다. 한참 후에는 서울에서 여러 명의 여자 분들이 술맛을 보기위해 왔다. 이때는 개가 경계의 빛을 내며 짓는다. ´허허 저 녀석이 본능적으로 사람을 알아보는군´ 문득 웃음이 스쳤다.

물맛이 술맛은 좌우한다는 말이 있듯 와송주에는 좋은 물과 물 맑은 양평쌀과 전분에 와송, 구기자, 오미자, 산수유 등의 한약재로 발효숙성한 약주(藥酒)이다.

와송제에서 만든 약주 선물세트(꼬리뽕2병, 송이1,오미여우1,산삼주1, 시판가 1만8000원), 오디애세트(시판가 1만2000원), 가시오가피주, 대나무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와송주는 알콜 도수 13도로 375㎖가 유리병에 담겨있다. 와송주는 와송을 천연 그대로 발효, 숙성해 만든 특허출원한 제품이다. 1병당 와송 함유량은 3.7%다. 가격도 3000원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부드럽고 순한 은은한 향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뒤끝은 깔끔하여 남녀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다.

"이 술, 시장에서 반응은 어떻습니까?" 라고 슬쩍 반응을 떠 보았다. 이 사장은 “아이구, 말도 말아요. 저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술을 어머니가 배워 제게 알려준 가업인데....”라며 어려운 사정을 실토한다.

이 사장은 “이거 왜 했는지... 끝도 없어요. 다른 일하며 번 돈을 얼마나 더 넣어야 답이 나올는지...” 라며 “하지만 단골은 이 술만 찾지요. 그런 분들이 있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요.”라고 했다. 고민은 또 있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와송제 위로 지나게 되어있어 공장을 이전해야 된다고 한다. 첩첩산중의 운명이라는 말이 이때 어울린다.

와송제 공장 내부 시설

전통주를 만들면서 사업을 하기에는 예상 밖의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전통을 지키는 정신을 높이 인정받고, 수익이 보장되어야 재투자가 가능하고 발전될 수 있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각 지방지치단체에서는 유명 전통주에 각별한 신경을 써서 성공을 견인하고 재정적 지원과 판매에 일조하여 용기를 심어준다. 그래서 좋은 전통이 지켜지고 이어지는 것일 게다.

특히 자자체의 각종 행사때 공식주는 그 자방에서 생산되는 술과 음식으로 내빈에게 대접하고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그 지방의 향토음식점에서는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통술을 판매하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와송제의 진짜 멘토는 전 양평부군수를 역임하고 이번에 경기농림진흥재단을 퇴임한 표영범 사장이다.

식사나 하자며 이웃집 강상골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에는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으나 손님들이 있었다. 강상골에는 전통 황토찜질방에 방갈로 시설이 되어있다.

오리고기에 나온 밑반찬에 정성이 가득, 윤기가 자르르 하다. 들기름으로 버무린 음식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차를 몰고 와서 술을 안 한다고 했는데... 맛깔스런 안주에 와송주 반주 생각에 결국 주문을 하고 말았다. 분당에서 오는 손님 중에는 ´이 술 맛보곤 올 때마다 이 와송주만 시켜요´라고 식당주인이 말했다.

일단 인터넷이 있는지 물어보니 있다고 한다. 기사 송고에 지장이 없으니 다른 약속은 조정하면 되고 산골의 싱그러운 풍광에 빠진다. 나중에는 친구까지 불러 얘기꽃을 피루며 와송주를 과하게 마셨다.

참 신비한 술이다. 직접 생체실험을 통해 깨끗한 뒷끝을 증명한 술이라 신뢰가 된다. 술은 음식이고 문화이다. 전통주의 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계승자는 술만 잘 만들고 유통은 전문가들이 별도로 담당하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소비자는 어떤 곳에서든 쉽게 구입이 가능해야 될 것 같다.

수입 와인이 범람하지만 한약재로 빚은 발효주인 우리 전통주들도 손색없는 소중한 문화적 경제적 유산이다. 운좋게 우연히 만난 ´와송주´그 은은한 술맛과 깨끗한 뒤끝에 그만 반하고 말았다.[데일리안 경기=박익희 기자]

와송제 주문 전화 : 031-774-7807~8 / 010-5061-5501
와송제 전경, 푸근한 인상의 이상식 사장이 폼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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