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안치홍, 김종국만의 2루 자리 넘볼까
´베테랑의 관록이냐, 루키의 패기냐´
KIA 타이거즈의 2루수 자리를 둘러싼 포지션 경쟁이 치열하다. 노장 김종국(36)과 고졸루키 안치홍(19·계약금 1억8000만원)은 각각 노련미와 패기를 앞세워 호랑이굴의 2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KIA는 김종국을 제외한 2루수 자원들이 평균 이하의 수비를 보여줬기 때문에 대체 요원 수급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신인 안치홍이 초반부터 치고 나오며 터줏대감이던 김종국이 위기감을 느끼게 됐고, 그 결과 두 선수 사이에서 ´시너지효과´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덕분에 KIA는 최근 수비뿐 아니라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2루수들의 맹활약을 한껏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안치홍의 ´깜짝 스타트´에 밀려버린 김종국
유연한 몸놀림과 빠른 발을 갖고 있는 김종국은 특히 수비에서 빼어난 실력을 과시하며 별다른 경쟁자 없이 KIA의 붙박이 2루수로 활약했다. 장타력을 보유한 손지환, 우투좌타가 강점인 김민철 등 몇몇 선수들이 그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누구도 위협이 되지 못했다.
김종국의 수비실력은 그야말로 최고다. 수비 하나만 놓고 봤을 때 그는 국가대표에 뽑힐 만큼 최고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도루왕까지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로 주루센스도 뛰어나 기동력적인 부분에서도 팀에 상당한 공헌을 한다.
하지만 김종국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다름 아닌 타격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것으로 그의 통산 타율은 고작 0.249에 불과하다. 커리어 하이는 지난 2002년 기록한 0.287이 최고일정도로 공격력에서는 크게 할 말이 없는 선수다. 그렇다고 볼넷을 많이 얻어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장기인 빠른 발의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도전했던 선수들은 하나같이 수비력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공격력에서는 다들 어느 정도 보여줬지만 수비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여 결국 고배를 마셔야만했다. 화력에서 압도적으로 앞선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내야수비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수비가 좋은 김종국이 중용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향후 몇 년간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KIA의 2루수 자리였지만 올 시즌에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름 아닌 고졸루키 안치홍이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기 때문. 서울고 재학시절부터 공격력 하나 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개막과 동시에 두각을 나타내며 어느 순간부터 김종국을 제치고 2루수로 출장하는 경우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수비만을 놓고 봤을 때 안치홍은 아직 김종국과 비교대상이 아니다. 아무리 안치홍이 수비 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다 해도 국내 최고의 수비형 2루수인 김종국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하지만 안치홍에게는 공격력이라는 분명한 메리트가 존재한다.
그는 신인답지 않게 몸 쪽 공을 잘 받아치며 루상에서도 빠른 발을 이용해 곧잘 도루를 성공시킨다. 거기에 장타능력(현재 홈런 5개)까지 겸비해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포스트 이종범´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안팎에서 내내 거론되었던 ´세대교체´의 목소리도 안치홍 중용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김종국은 상당 기간을 2군에서 보내는 수모까지 당해야만 했다.
2군에서 돌아온 김종국의 반격, 본격적인 경쟁체제 예고
어쩌면 안치홍이 시즌 초의 활약을 꾸준히 지속했다면 김종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을 수도 있다. 안치홍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신인으로서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타격스타일이 간파되면서 안치홍의 불방망이는 조금씩 식고 있다.
거기에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실책성 플레이도 종종 튀어나오며 아직까지는 공수 모두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다. 3할을 오르내렸던 타율도 어느새 0.250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김종국이 폭발하고 있다. 2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복귀전에서 홈런에 연속 도루까지 선보이며 위용을 과시한 그는 이후 연일 맹타 행진으로 KIA 타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 김종국은 복귀 후 5경기 동안 18타수 11안타 1홈런 4타점으로 팀 타선의 도화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전 12경기에서 겨우 8안타를 쳐내며 홈런과 타점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의 경기력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김종국은 최근 2경기에서 부진한 김원섭 대신 톱타자 역할까지 맡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반대로 안치홍의 출장시간이 줄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의 상황은 김종국-안치홍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김종국이 현재의 활약상을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KIA의 2루는 누구도 넘볼 수 없다. 문제는 김종국이 매 시즌 맹타를 휘두르는 사이클이 조금씩 있었다는 점으로 그 유효기간(?)이 지나버리면 다시금 물 방망이로 돌아선다는 점이다.
팬들이 김종국의 최근 맹타에 환호하면서도 깊은 믿음을 보내고 있지 않은 이유다. 이는 언제든지 김종국과 안치홍의 상황이 다시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예측케 한다.
29일 잠실 LG전은 이들의 경쟁효과가 팀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한 경기였다. 김종국은 톱타자겸 주전 2루수로 출전해 5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팀의 12-5 대승을 이끌었다. 안치홍 역시 홍세완의 교체선수로 후반에 등장해 단 한 번의 찬스에서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모처럼만에 집중력을 보여줬다.
물론 김종국과 안치홍은 2루수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김종국은 2루수 외에 유격수로서도 출중한 솜씨를 선보일 수 있으며 안치홍 역시 3루 수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올 시즌 KIA의 유격수-3루수 자리는 이현곤-김상현이라는 확실한 주인들이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김종국과 안치홍은 2루에서 겨뤄야만 한다. 짧은 시간 타 포지션에서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은 주어질 수 있겠지만 주전급 출장 시간을 원한다면 해답은 오직 2루뿐이다.
과연 안치홍과 김종국이 펼칠 2루 ´신구경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 것인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경쟁은 선수뿐만 아니라 팀 사기에게도 큰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데일리안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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