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채찍들자 쏟아지는 상생 방안
비자발적 해법들에 숨어있는 관치금융
튼튼한 시스템에서 자연스레 이뤄져야
착한 은행 만들기 보다 나쁜 은행 못 되게 하는 장치 필요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최근 은행권의 풍경은 기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쪽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경기 침체와 관세 직격탄을 받은 중소기업과 서민의 한숨이 깊다.
여론에서는 이같은 대조적 상황에 대해 날 선 비판이 들끓었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상생금융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연일 은행권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은행권의 자체적인 상생금융 노력이 국민의 눈높이에는 미흡하다"며 담보에 기댄 손쉬운 영업 행태와 생산적 금융 공급 소홀을 질타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즉각 화답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미국발 관세 위기에 대응해 내년까지 총 95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벤처·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자금 공급부터 주력 산업 지원에도 나서는 등 각 은행은 앞다퉈 구체적 방안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기조에 적극 부응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착한 은행' 되기 경쟁은 꽤나 갑작스러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 모든 과정은 은행의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시작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대책이 줄줄이 발표됐다.
자율적인 지원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관치금융'의 짙은 그림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팔 비틀기식 해법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당장 은행들은 강화된 이사 책임을 명시한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 압박에 수천억 원의 지원책을 내놓는 것이 주주 이익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은 정부 눈치만 살피다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는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부추기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진정한 상생금융은 단기적인 압박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튼튼한 시장 시스템을 통해 구현돼야 한다.
어거지로 '착한 은행'을 만들기보다, '나쁜 은행'이 되기 어려운 근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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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계부채 의존도가 높은 은행 영업 구조부터 개편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등 적절한 당근을 제시하면서 은행들이 스스로 상생금융에 뛰어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은행장들도 이에 대한 의지 다지기는 이미 보여준 상태다. 은행장들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요청사항으로 자본 규제 완화, 상생금융 실천 우수사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바 있다.
은행권 혁신을 위한 구조가 먼저 다져지면 은행들도 자연스럽게 상생금융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지금의 상생금융 논의는 본말이 전도됐다. 사후적으로 이익을 얼마큼 떼어 나눠줄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상생을 긴 시간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해야 한다.
진정한 상생은 억지로 만들어 낸 선의가 아닌, 투명하고 건강한 시스템 속에서 저절로 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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