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널뛰기에 외화 유동성 '비상'…시중은행, 내년 농사 외환에 달렸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2.22 16:50  수정 2025.12.22 16:58

최근 환율 1480원대까지 치솟아

외화 LCR 올 들어 20%P 낮아져

새해 경영 전략 핵심 변수는 환율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까지도 오르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새해를 앞두고 내년도 경영 전략의 핵심 변수로 외환 리스크를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평균 153.7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계엄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을 당시 외화 LCR은 172.8% 수준이었는데, 올 들어 20%포인트(p) 가까이 내린 것이다.


외화 LCR이란 금융 시장의 혼란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순외화 유출에 대비해 은행이 즉각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외화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유동성 악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지원 없이 은행 스스로 최소 30일간 견딜 수 있는 기초 체력인 셈이다.


금융 당국은 80% 이상 외화 LCR을 갖출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30일 동안 은행의 순유출 외화액을 10억 달러로 가정하면 8억 달러 이상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수치상으로는 당국의 권고치를 상회하고 있으나, 환율 변동성이 워낙 커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환율이 오를수록 외화 LCR 비율 관리가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6.6원으로 출발해, 오후 들어서 1480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1480원대를 등락하다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8원 오른 1480.1원에 마감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예금의 원화 환산액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건전성 지표에는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된다.


환율이 급등하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 부채의 원화 평가액이 늘어나고, 파생상품 관련 담보 설정 등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외화 자산을 투입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0.01~0.03%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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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은행은 고환율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와 한은은 선물환 포지션 제도 조정, 거주자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모색 등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원화 약세가 잡히지 않자 한은은 지난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해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내년 1월부터 6개월 간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금융기관이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화부채를 보유할 떄 부담금을 내도록 한 제도로, 금융사의 외화 차입 비용을 낮추겠다는 목표다.


또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미국 정책금리와 연동한 수준으로 이자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에서 해외로 나가는 외화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환 헤지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중은행들도 내년도 경영계획을 두고 환율을 가장 큰 변수로 두고 전략 마련에 돌입한 모양새다.


은행권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보수적 자산 운용을 통해 고환율 리스크가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수입 기업들의 대금 결제 부담 가중으로 인한 여신 부실화 가능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환율이 오를수록 외화 대출을 받은 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해에도 환율이 쉽게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내년 은행권의 핵심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유동성을 관리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느냐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수익성 확대보다는 외환 건전성 방어에 주력하며 내년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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