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는 2.0% 안정이지만
고환율 장기화가 '최대 변수'
"물가 흐름 안심할 수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 1480원대까지 오르면서 국내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은은 이에 대해 향후 물가가 다시 2%대 안정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높은 환율로 인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479.8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2원 내린 1474.8원에 출발했지만, 장중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오전 11시께 148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고공행진하는 환율 탓에 물가 상승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환율이 수입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10월부터 큰 폭으로 확대되기 시작해, 11월에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수입 물가는 최소 1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기업 원가와 가계 소비자가격에 반영된다.
이미 휘발유 등 석유류 가격은 환율 상승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4% 오르며, 지난 9월(2.1%)에 비해 상승 폭을 키웠다.
이는 지난 10~11월 기상 악화에 따른 채소류 가격 강세와 더불어 환율 상승이 석유류 가격을 밀어 올린 결과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열고 "내년 소비자물가는 근원물가가 안정되고 국제유가 약세도 이어지면서 연간으로는 올해와 같이 2.1%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높은 환율로 인해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도 현재처럼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 확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초중반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흐름에 주목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10월 일시적으로 2.2%로 올랐으나, 11월에는 다시 2.0%로 낮아지며 안정적인 흐름을 회복했다.
이는 최근의 물가 불안이 수요 측면의 압력보다는 폭염·폭우 등 기후 요인과 환율 변동 등 공급 측 요인에 주도되고 있어서다.
한은은 "경기 부진이 수요 측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누적된 비용 압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근원물가가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져 내년 1분기 중에는 목표 수준인 2% 부근으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고 석유류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6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1%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1470원 내외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 상승의 파급 효과가 커지면 내년도 물가 상승률이 현재 전망치를 소폭 상회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환율이 현재같은 높은 수준을 지속한다면 이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높아진 환율이 시차를 두고 다양한 품목의 물가로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앞으로의 물가 흐름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겨울철 한파나 폭설 등 이상기후가 발생할 경우 농산물 가격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최근의 환율 수준과 관련해 "전통적인 금융 위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절하되면 이익 보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기관이 넘어지거나 국가 부도 위험인 금융위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뉘어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성장 양극화 등을 생각할 때 환율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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