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 이식, 듣는 치료 넘어 치매 위험 낮춘다"[명의열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5.12.22 14:06  수정 2025.12.22 14:12

장영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인터뷰

“인공와우 이식…‘골든타임’이 관건”

“생활에서의 소음 관리…난청 예방 핵심”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장영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9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난청은 귀에서 시작되지만, 그 영향은 뇌로 이어진다. 일상 속 소음이 쌓여 발생한 난청은 단순히 ‘잘 들리지 않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성인 639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경도 난청만으로도 치매 위험이 정상 청력 대비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인공와우 이식이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심한 난청 환자에게 인공와우(청각보조이식기)를 이식한 경우, 이후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장영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최근 만나 난청과 치매의 연관성, 그리고 인공와우 치료가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인공와우 이식, 치매 예방의 한 축으로”
ⓒ데일리안 AI 디지털 아트

장 교수는 난청과 치매의 관계에 대해 “문제 제기는 계속돼 왔지만, 실제로 치료가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인공와우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봤을 때 인지 기능이나 치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를 단일 의료기관이 아닌 국가 단위 데이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내 장애등록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장애 등록 기준을 충족하는 중등도 이상의 난청을 진단받은 환자 39만1195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인공와우 이식 환자 5814명 중 추적 기간 치매 진단율은 4.9%였고, 인공와우를 하지 않은 환자(38만5381명)는 추적 기간 중 16.1%로 나타났다. 이식 환자의 치매 진단율이 비이식 환자보다 약 3분의 1수준으로 낮았다.


난청이 심할수록 뇌는 소리를 구별하고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이로 인해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 기능에 사용할 여력이 줄어든다. 인공와우는 이러한 뇌의 과부하를 덜어줘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게 돕는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치매는 어느 한 시점에 갑자기 생기는 질환이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난청의 치료방법 중 하나인 인공와우 이식술은 단순히 소리를 듣게 하는 기기가 아니라, 뇌의 인지기능을 지키는 중요한 치료 수단임을 이번 연구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귀에서 나는 소리, 난청으로 진행될 수도”
장영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9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장 교수는 연령에 따라 인공와우 이식의 골든타임이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청이 장기간 방치될수록 청각 자극을 처리하는 뇌 기능 자체가 약화돼, 치료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언어를 습득하지 않은 소아의 경우에는 만 2~3세 이전에 청각 재활이 이뤄져야 정상적인 언어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미 언어를 습득한 상태에서 난청이 발생한 성인의 경우에도, 청각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것이 효과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난청 환자가 인공와우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청기가 필요한 단계임에도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치료만큼이나 난청 자체를 예방하고 조기에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폰과 헤드셋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젊은 층에서도 소음성 난청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음 환경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는 이어폰을 사용하면 본인도 모르게 볼륨을 크게 올리게 되는데, 이는 소음이 큰 작업장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장시간 반복되는 큰 소리는 와우 내부의 청각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삐’ 소리가 나는 상태가 반복되면 결국 난청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 소음 노출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청력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와우는 분명 좋은 치료지만, 가장 좋은 것은 그 단계까지 가지 않는 것”이라며 “난청을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발견해 보청기나 청각 재활을 시행하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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