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장애인 지원 전담인력 인터뷰
수어통역·코디네이터 상주로 의사소통·이동 장벽 완화
“전담인력 없이도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되길”
박준홍 이대목동병원 연구원(왼쪽)과 박선홍 수어통역사가 15일 이대목동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지원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 환자가 혼자 내원해도 당황하지 않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15일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박선홍 수어통역사는 병원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지원 서비스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 환자에게 병원이 마음 편한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이달 초부터 장애인 환자가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전담인력과 수어통역사를 배치했다. 내원 초기 예약과 접수부터 검사, 입·퇴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전담인력 2명이 상주하고, 수어통역사 1명은 청각·시각·발달장애인 등이 의료기관 이용 시 원활히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수어·문자통역, 시각정보 제공 등 지원에 나선다.
병원 측은 인력 배치 뿐 아니라 장애인의 원내 이동 동선을 개선하고 안내 체계를 정비하는 등 장애 친화적인 진료 환경 조성에도 속도를 낼 계획을 세웠다. 박선홍 수어통역사와 박준홍 연구원에게 해당 서비스의 취지와 향후 운영 방향을 자세히 들어봤다.
병원 이용의 문턱을 낮추는 수어 통역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장애인 환자에게는 수많은 장벽이 생긴다. 접수창구에서 이름을 확인하는 짧은 대화부터 진료실 상담, 검사실 안내, 수납과 약 복용 설명까지. ‘의사소통’과 ‘시스템 이해’가 확보되지 못하면 병원은 치료 공간이 아니라 장벽이 된다. 수어 통역은 이 장벽을 걷어내는 핵심 서비스다.
박선홍 수어통역사는 “접수할 때부터 대기, 진료, 검사, 수납, 약을 받는 과정까지 전부 통역이 필요하다”며 “CT나 엑스레이 촬영 때 ‘숨을 참으세요’, ‘이제 내쉬세요’ 같은 짧은 지시조차 통역이 없으면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간단한 복용 안내는 괜찮을 수 있지만, 천식 흡입기처럼 사용법 교육이 필요한 약은 통역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며 “결국 병원 이용 전반에서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통역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환자마다 다른 이해 수준이다. 그는 “교육 환경이 충분하지 않아 표준 수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본인만의 사인을 쓰는 분들도 계신다”며 “의학 용어를 일반적인 수어로 그대로 전달하면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수준에 맞춰 정확하게 풀어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도입 후 환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박 수어통역사는 “병원에서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인근 센터에도 방문하는데, 환자 분들이 정말 좋아하신다”며 “‘병원에 언제든 가도 통역을 받을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혼자 와도 된다는 경험과 자신감”
이대목동병원 전경 ⓒ이대목동병원
진료 현장의 ‘언어 장벽’을 메우는 역할이 있다면, 병원 이용 전반의 ‘구조적 장벽’을 조율하는 역할도 있다. 장애인 전담 코디네이터인 박준홍 연구원은 수어통역사와 함께 장애인 환자의 동선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동이 어렵거나 병원 예약·접수를 혼자 수행하기 힘든 환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 연구원은 “서비스가 시작된 초기 단계인 만큼, 지금은 현장 투입보다는 병원 내부 체계를 정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하루일과의 상당 부분이 원무과, 진료과 등 부서 간 협의로 채워진다”고 말했다.
사전 설문도 실시해 서비스 방향에 반영했다. 그는 “장애인 환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부분은 병원 예약 시스템이었다”며 “온라인 예약 방식이 시각·청각장애인이나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분들에게는 오히려 장벽이 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코디네이터 직통 창구를 통한 예약 대행 지원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과제 중 하나로는 보호자와 간병인과의 소통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보호자와 간병인”이라며 “이들과 신뢰를 쌓을수록 환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호자 없이 병원을 찾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큰 환자들도 많다”며 “코디네이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혼자 와도 된다’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접근성은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서비스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병원 내 장애인 응대 방식 전반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박 수어통역사는 “장애인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원무과나 진료과, 안내 데스크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 역시 “직원들이 다양한 장애 유형을 직접 접하고 이해하는 경험이 쌓이길 바란다”며 “궁극적으로는 별도의 지원 인력이 없어도 병원이 장애인 환자를 자연스럽게 응대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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