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20만원이면 충분…‘가성비 기부’로 눈길
IRP 다음 직장인 세테크로 급부상
답례품·지역 상생까지 잡는 新 연말정산 전략
고향사랑기부제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짜투리 세테크'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하는 위기브에서는 지역에 일정금액을 지원하면 다양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위기브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어김없이 ‘세테크 지도’를 다시 펼친다. 신용카드 공제와 연금저축,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은 이미 익숙한 ‘기본 세트’지다.
여기에 더해 최근 몇 년 사이 이 판도를 조용히 바꿔놓은 키워드가 있다. 바로 세액공제와 답례품, 지역 기여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 중인 고두환 위기브 대표는 “예전에는 연말정산 막판에 카드 긁기나 연금저축 추가 납입이 주된 선택지였다면, 요즘은 10만~20만원 사이 고향사랑기부부터 계산해 보려는 분들이 확실히 늘었다”며 “체감상 ‘한 번 해보니 매년 챙기는 메뉴’로 굳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고향과 연고지, 여행지에 대한 애정을 숫자로 표현하면서도 실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이, 팍팍한 가계와 지방 재정 사이를 잇는 새로운 통로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세금 줄이고, 답례품 받고, 지역도 돕는 제도
고향사랑기부제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자체에 개인이 돈을 기부하면, 해당 지자체가 이 기금을 주민 복지와 지역 활성화 사업에 사용하는 제도다. 법인은 참여할 수 없다. 개인만 연간 2000만원 한도 내에서 기부할 수 있다. 이 범위 안에서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세제 구조는 직관적이다. 연간 10만원까지는 전액(100%) 세액공제가 된다.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16.5%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여기에 10만~20만원 구간에 대해 40% 수준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 구간이 정착되면 20만원 기부 시 14만원 세액공제에 더해 답례품까지 받는 구조가 가능해져 사실상 부담이 거의 없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답례품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단순한 공제 수단이 아닌 ‘소비형 기부’로 만드는 장치다. 기부액의 최대 30% 한도에서 지역 농수산물, 가공식품, 관광·체험 상품, 숙박권 등이 제공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 3년차에 접어들면서 입소문을 타고 모금액이 수직 상승 중이다. 올해는 모금액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브
제도 설계상 답례품 가액은 연 600만원까지 허용된다. 세액공제와 별개로 제공되는 실물 혜택이기 때문에, 기부자 입장에서는 ‘세금 줄이고, 특산품도 받고, 지역도 돕는’ 일석삼조 구조가 만들어진다.
제도는 이미 숫자로도 안착을 입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은 약 879억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제도 첫해인 2023년 650억6000만원보다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부 건수도 약 52만6000건에서 77만4000건으로 47% 이상 늘었다. 도입 3년 차에 접어드는 2025년에는 사실상 ‘연말 세테크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상반기(9월 발표 기준) 모금액만 약 348억8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2023년·2024년 실적을 각각 약 1.5배·1.7배 앞지른 수치다. 이 추세라면 올해 1000억원 안팎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한 흐름이다.
고 대표는 “2024년까지는 10만원 안팎 소액기부 비중이 높고, 비수도권·도 지역 중심으로 모금이 쌓이는 구조였다”며 “올해는 수도권 거주자 참여 확대와 지자체 간 경쟁 심화로 전체 저변이 넓어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올해 1월부터 개인 기부 상한이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돼 고액 기부가 늘었다”며 “지자체가 답례품·홍보를 공격적으로 늘린 점이 모금 증가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광역단위에서는 전남(187억5000만원), 경북(103억9000만원), 전북(93억2000만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농어촌·관광 기반 지역이 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약 35억9000만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감귤과 농산물, 관광 상품을 결합한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10만·20만’이 연말 소득공제 꿀구간
연말정산 전략에서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얼마까지 넣어야 이득인가’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예외가 아니다.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합쳐 계산하면 10만~20만원대가 이른바 ‘꿀구간’으로 떠오른다.
우선 10만원 기부 구간이다.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10만원)이 세액에서 빠진다. 동시에 최대 3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세금을 10만원 덜 내면서 3만원어치 물건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실질 부담은 ‘세금을 미리 냈느냐, 기부를 통해 돌렸느냐’ 정도 차이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개편이 이뤄질 경우 20만원 구간은 한층 공격적인 그림을 그린다. 10만~20만원 사이에 40%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면, 20만원 기부 시 10만원 전액 공제에 더해 추가 10만원의 40%인 4만원을 더 공제받아 총 14만원 세액공제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기부액의 30%까지인 6만원 상당 답례품을 합치면, 명목 지출 20만원에 대해 20만원 상당 혜택을 받는 셈이어서 실질 부담이 ‘제로에 가까운 구간’으로 평가된다.
고액 기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기부하면 10만원 + (90만원 × 16.5%) 구조다. 약 24만8000원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최대 30만원까지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고 있는 대전 성심당 제품. 제품으로 신청하거나 3만원 상품권으로 선택이 가능하다. ⓒ위기브
단순 합산하면 약 54만8000원의 경제적 혜택이 돌아와 실부담은 45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10만~20만원 구간처럼 ‘거의 공짜’에 가까운 느낌과는 차이가 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세액공제가 ‘본인의 결정세액 한도’ 내에서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이미 신용카드, 연금저축, 주택자금 공제 등으로 세금이 크게 줄어든 근로자는 고향사랑기부를 추가해도 실제로 공제받는 금액이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결국 현실적인 전략은 ▲연말 예상 세액을 대략 확인 ▲일단 10만원 기부로 전액 공제 + 답례품 구조를 확보 ▲여건을 봐서 20만원까지 확대 ▲그 이상은 ‘순수 기부 + 세테크 보너스’로 보는 순서다.
인기 지역과 답례품을 보면 제도가 왜 ‘생활형 기부’로 받아들여지는지 드러난다. 전남·경북·전북·제주 등은 한우, 쌀·잡곡, 수산물, 감귤, 체험·숙박 상품 등 지역 강점을 살린 답례품으로 모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대전은 특히 ‘성심당 효과’가 두드러진다. 대전 중구에 10만원을 기부하면 성심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3만원권 상품권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성심당 3만원권은 2024년 기준 지역사랑상품권을 제외한 전국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가운데 판매액 1위를 기록한 대표 히트 상품이다.
또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답례품 순위를 보면 경기 안성시의 특·상급 2025년산 햅쌀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대전 중구 성심당 상품권, 광주 동구 프리미엄 한돈 구이용 삼겹살, 경북 영주시 영주 사과 부사, 경북 영덕군 오바다 국내산 반건조오징어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소지 제한부터 답례품 품절까지…기부 전 꼭 알아둘 것들
실제 이용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첫 단계는 ‘주소지 외 지자체 선택’이다. 주민등록상 거주하는 시·도와 그 안의 시·군·구에는 기부할 수 없다.
서울 거주자라면 서울시 및 자치구는 대상에서 빠지고 경기·강원·제주 등 타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실제 거주지와 고향·연고지가 겹치는 경우 선택 폭이 줄어드는 만큼, 추억이 있는 여행지나 부모님 고향, 자녀가 머물렀던 도시 등으로 시야를 넓혀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기부 채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행정안전부 통합 플랫폼(고향사랑e음 등), 각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전용 페이지, 그리고 일부 금융사·간편결제 앱에서 제공하는 제휴 채널이다.
회원 가입 후 기부 금액과 지자체, 원하는 답례품을 선택해 결제하면, 기부 내역이 국세청 시스템과 연계돼 근로자는 회사 연말정산에서, 개인사업자·프리랜서는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자동으로 확인·공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지역 기부도 있지만 지정기부도 눈여겨 보자. 각 지역에서 현안 사업을 후원하는 내용도 있고, 유기견 보호 캠페인 등 눈길이 가는 사업들이 많다. 사진은 광주 동구에서 추진 중인 유기견 안락사 제로 프로젝트 메인화면. ⓒ위기브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할 때 피해야 할 ‘지뢰’도 있다. 먼저, 세액공제는 해당 과세연도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이월되지 않는다. 연말 막판에 예상 세액을 넘겨 과도하게 기부하면, 초과분은 사실상 세제 혜택이 없는 순수 기부가 된다.
기부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라면 상관없지만, 세테크 목적이 크다면 연말 전 미리 예상 세액을 확인하고 그 범위 안에서 계획적으로 기부해야 한다.
세액공제 대상은 ‘개인’ 명의 기부에 한정된다. 회사나 단체 이름으로 낸 기부금은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인이 참여하더라도 순수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만 가족 구성원이 각각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해, 각자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공제를 나눠 받는 방식은 가능하다. 이 경우 가족별 기부금 영수증과 금액을 명확히 구분해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공제 적용 과정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기 답례품은 연말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품절과 배송 지연이 자주 발생한다. 성심당 3만원권 같은 인기 상품권, 한우·감귤 세트, 특정 수산물 패키지는 특히 물량 소진이 빠르다.
특정 시점에 꼭 받고 싶은 답례품이 있다면 ‘12월 마지막 주에 한꺼번에’가 아니라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여러 차례에 나눠 기부하는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상품을 확보할 확률이 높아질 뿐 아니라, 세액공제 한도를 확인하면서 기부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세테크 관점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는 다른 절세·투자 수단을 대체한다기보다, 연말정산 퍼즐을 맞출 때 마지막에 끼워 넣는 ‘마무리 카드’에 가깝다.
신용카드 사용액, 연금저축·IRP, 주택 관련 공제 등 기존 수단을 먼저 채워 넣은 뒤, 남은 세액 여지를 10만~20만원 구간 고향사랑기부로 메운다면 세금 절감과 지역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고 대표는 “세테크 수단이면서도 ‘좋아하는 지역을 돕는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크다는 점이, 다른 절세 상품과 고향사랑기부제를 가르는 차이”라며 “숫자만 보고 움직이기보다는, 내가 앞으로도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한두 곳 정해 꾸준히 기부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본인 만족도도 높이고 제도 취지에도 더 맞는다”고 조언했다.
고 대표는 이어“특히 10만원 구간은 실질 부담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일단 한 번 해보고 내년에는 조금 더 늘릴지 결정하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올해를 고향사랑기부제 첫 경험의 해로 삼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