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쿠팡 임원 오찬', 로비인가 공작인가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5.11.20 04:00  수정 2025.11.20 04:00

쿠팡 상설특검 임명 이틀차 오찬…부적절 논란

서영교 "대한변협과 만난 것…정치 공작" 의심

일각 "변협 회장이 쿠팡 임원 배석? 말도 안돼"

"서영교, 쿠팡·변협 겸직 인지"…새 의혹 제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쿠팡 임원 오찬'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오찬이 이뤄진 시점이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특검 임명 시기와 엇비슷하게 겹치면서 서 의원이 로비성 접촉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서 의원은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를 만난 것일 뿐"이라며 정치 공작에 휘말렸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시 만남의 상대가 쿠팡 대관 상무라는 점을 서 의원이 몰랐을 리가 없다고 반박하며 논란은 확산 중이다.


특히 지난달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쿠팡 대관이 변협 간부를 겸직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공식적으로 논의됐고, 서 의원이 이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 의원이 해당 인물의 이중 직함을 알고도 만났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영교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 상무를 만나지 않았다. 대한변협과 만났다"며 "그 자리에서 쿠팡의 '쿠' 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이른바 쿠팡 임원 오찬 일정은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의 문자를 통해 공개됐다. 전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원내대표가 보고 있던 오찬 관련 문자가 한 언론사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김 원내대표 보좌관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이 문자는 김정욱 대한변협 회장과 서 의원, 쿠팡 상무 A씨가 18일 오찬에 참석한다는 내용이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도중에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국회 법사위원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김정욱 변협회장, 쿠팡 상무 이모 씨 등과 오찬 회동을 한다는 보고 내용이 담겨 있다. ⓒ뉴시스

서 의원이 상설특검을 추진해온 여당 법사위원이라는 점에서 문자가 공개된 이후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서 의원은 "쿠팡이 내게 로비한다면 내가 가만히 있겠느냐"라며 "상설특검 추천도 끝났다. 추천은 훨씬 그 전에 있었다. 특검(임명)이 되고 나서도 '박경춘 특검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변협 정무이사인 A씨는 상설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2주 전 쿠팡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명확한 퇴사 처리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서 의원은 오찬 관련 문자와 KBS와의 연관성을 의심하며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오찬이 있었던 건물 로비에 KBS 기자만 취재를 위해 나와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전날 오찬 후 KBS 기자와 마주쳤고 KBS는 이를 단독 보도했다. 서 의원은 또 문자에 '언론 취재 방향'이라는 제목 아래 '상설특검 임명 이틀차, 부적절'이라고 써 있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공작에 가담한 자들을 찾아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서 의원은 "공작 문자 작성 및 유포자, 또 연관돼 있는 자들을 철저히 찾아서 법적 조치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누구와 어떻게 전화해서 이걸 만들게 됐는지, 어떻게 유포하게 됐는지 끝까지 추적하도록 하겠다. 국민의힘의 논평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서 의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내 촉으로는 서영교 의원이 99.9%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서 의원은) 지금 여당 중진 의원이고 법사위원이 아니냐. 그런데 대한변협 회장이 쿠팡 상무이기도 하고 변협 이사이기도 한 A씨를 배석시켰다는 것"이라고 했다.


신 전 총장은 "그런데 사전에 여당 중진 법사위원인 서 의원에게 '내가 오늘 누구 하나를 배석시켜도 되겠느냐. 이 사람이 사실 쿠팡 상무도 하고 있다' 이 얘기를 안 하겠느냐"며 "만약 안 했다면 경을 칠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에게 누군가가 대한변협 정무이사가 아닌 쿠팡 상무라고 썼다며 업계에서 다 알려진 존재라고 사회자가 거들자 신 전 총장은 "서 의원은 과거 자기 지인 아들의 바바리맨 사건을 벌금으로 해달라고 행정처 차장한테 얘기해서 결국은 벌금을 받았다"며 "이것도 하여간에 사바사바할 일이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라고 서 의원의 오찬 목적을 의심했다.


이 가운데 쿠팡 대관이 변협 간부라는 것을 서 의원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부적절한 오찬'이라는 주장에도 일정 부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쿠팡 대관이 변협 간부를 겸하는 이해충돌 논란이 공식적으로 제기될 당시 서 의원도 질의를 지켜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협은 최근 서 의원과의 오찬은 국회 관계자와의 정례적인 간담회였다며 논란에 유감을 표했다. 대한변협은 "이번 논란이 된 오찬 회동 역시 협회장과 사무총장이 주축이 되어 서영교 의원과 진행한 정례적 간담회였고, 담당 직능단체로서 법조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지 쿠팡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텔레그램 메시지 발송자는 오찬 회동의 핵심 참석자인 변협 사무총장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국회 간담회 수행 중이던 정무이사를 쿠팡 상무로 기재했다"며 "변협은 공익 법정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텔레그램 메시지 작성자 및 허위 사실 유포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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