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벗어난 ‘롤라와 엔젤들’…공연계, B급 무기로 대중성 공략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1.18 09:16  수정 2025.11.18 09:17

“카메라 절대 안보는 가수 vs 반응 절대 안 하는 관객”

“TV 나온다고 제일 예쁜 롤라 내보낸 거 봐”

“그동안 엠카 음향 구리다고 욕해서 미안해요. 구린 건 당신들이 아니었어”


지난해 유튜브에 ‘댓글놀이’ 열풍을 일으켰던 롤라가, 올해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작년엔 ‘가품’ 쥐롤라(이창호)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엔 ‘정품’ 롤라(서경수)가 직접 나섰다. 뮤지컬 ‘킹키부츠’ 롤라 역의 배우 서경수와 엔젤들이 극중 캐릭터 그대로 현실의 음악방송 엠넷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하면서다.


ⓒ엠넷

최근 들어 뮤지컬 배우들이 라디오나 음악 방송 등에 출연해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등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극중 캐릭터 분장, 의상 등을 그대로 가져와 무대에 오르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더구나 ‘킹키부츠’는 파격적인 의상과 분장, 드랙퀸이라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극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대표 넘버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 무대를 재현하며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화려한 레드 글리터 의상과 부츠, 폭발적인 가창력과 퍼포먼스는 기존 뮤지컬 팬덤뿐 아니라 음악방송의 주 시청자인 젊은 층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순히 뮤지컬 넘버를 방송에서 부르는 것을 넘어, ‘B급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일반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면서 온라인상에 수많은 공유와 밈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킹키부츠’의 음악방송 출연은 최근 공연계가 보여주는 대중성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뮤지컬 홍보가 언론 보도나 포스터, 그리고 공식 채널을 통한 ‘무게감 있는’ 방식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관객들이 있는 곳 어디든 찾아가 ‘현장감’과 ‘재미’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극중 캐릭터들이 공연장 로비에 등장해 미리 관객들을 맞는가 하면(뮤지컬 ‘물랑루즈’), 야구장 그라운드에 등장해 무대를 꾸미는(뮤지컬 ‘시스터액트’) 등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이번 ‘킹키부츠’의 음악방송 출연은 이보다 더 진화된 마케팅 방식으로, 공연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를 제공함으로써, 뮤지컬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일반 대중, 특히 젊은 층의 감각을 자극하여 신규 관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과거의 고전적이고 진지한 홍보 방식을 넘어, 각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B급스러움’ 또는 ‘키치적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킹키부츠’의 롤라처럼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이고 유쾌한 캐릭터, 혹은 뮤지컬 ‘난쟁이들’처럼 유명 동화를 비틀어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그 자체로 ‘밈’의 요소가 된다. 이들은 숏폼 콘텐츠에 최적화된 유머와 신선함을 제공하며, 공공기관조차 ‘B급 유머’로 대중성을 확보하는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B급 마케팅은 숏폼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세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높은 확산성을 갖고, 동시에 작품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유쾌함과 에너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면서 대중의 진입장벽을 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 관계자는 “공연계는 ‘킹키부츠’와 같이 ‘파격’과 ‘재미’를 무기로 한 마케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본질적 매력은 유지하되 대중과의 접점을 다변화하고 ‘즐길 거리’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새로운 관객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장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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