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업대출 4조 급증, 가계는 1조 증가에 그쳐
李 정부 “부동산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대출 확대” 압박
“기업대출 확대가 은행 건전성 ‘시한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어”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이 두 달 연속 급증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강력히 조이면서, 은행들이 일제히 기업 금융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기업대출 확대는 결국 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841조1471억원으로, 전달보다 4조2669억원 늘었다. 직전 달(6조2648억원)보다는 소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가파른 증가세다.
대기업 대출이 2조1415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2조1245억원 각각 늘어나면서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자금이 풀렸다.
반면 가계대출은 1조1964억원 증가에 그치며 확연히 위축됐다. 지난 6월 6조7000억원 가까이 늘었던 흐름과 비교하면 불과 석 달 만에 1조원대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중심의 비생산적 금융에서 벗어나 기업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또 6·27 대책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들은 성장 동력을 기업금융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우리금융은 향후 5년간 80조원을 기업금융에 투입해 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토록 비판해온 ‘부동산 쏠림’의 대안으로 내세운 ‘기업대출 확대’가, 이번에는 은행 건전성의 시한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성이 높다. 주택담보 중심인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 자금은 경기와 업황에 따라 연체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7월 말 기준 0.57%로, 2016년(0.78%)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조여놓은 상황에서 은행 입장에선 기업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연체율 상승세를 감안하면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이 자칫 부실 확대 금융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이 경기 둔화 국면에서 얼마나 부실화될지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가려내겠다고 하지만 정부의 압박 속에 대출이 속도전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실효성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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