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오픈AI 빅딜…삼성·SK와 메모리·데이터센터 전선 확대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0.01 18:55  수정 2025.10.01 18:59

메모리 공급·데이터센터 구축 두 축 확보

한국, AI 인프라 허브 시험대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OpenAI 대표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의향서) 체결식'에서 악수하는 모습. 삼성은 OpenAI의 전략적 파트너사로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기술 등 각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시켜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임.ⓒ삼성전자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삼성·SK그룹과 손잡고 글로벌 AI 인프라 전환을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한국 법인 출범 당시엔 "데이터센터 설립은 고려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불과 몇 주 만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 데이터센터 공동 구축이라는 빅딜을 공개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이 AI 패권 경쟁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이날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LOI(Letter of Intent·의향서)를 체결했다. 샘 올트먼은 앞서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나 메모리 공급 의향서(Memory Supply LOI)와 서남권 AI DC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태원 회장과 샘 올트먼OpenAI최고경영자(CEO)등 양사 경영진들이1일 서울 종로구SK서린빌딩에서 만나 메모리 공급 의향서(Memory Supply LOI)와 서남권AI DC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SK

이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서울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연쇄 회동하며 국내 반도체 업계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시사했다. 우선 삼성과 SK와의 협력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급 안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오픈AI는 AI 모델 학습·추론을 위해 월 90만장에 달하는 고성능 D램 웨이퍼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현재 글로벌 HBM 생산능력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1위 지위를 바탕으로 공급 파트너십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공급망을 제공하며 오픈AI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 구조를 완화하고, 오픈AI 입장에서도 공급선 다변화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데이터센터 협력도 구체화됐다. SK텔레콤은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구축해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실현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설계·운영뿐 아니라 오픈AI 엔터프라이즈 서비스의 국내 리셀러로 참여해 기업 고객용 AI 서비스 확산을 맡는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플로팅(해상)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협력에 나서며 차세대 인프라 해법을 제시했다. SK가 지역 거점형 데이터센터에 방점을 찍는다면, 삼성은 글로벌 확장 가능한 모델을 앞세운 셈이다.




샘 올트먼 오픈AICEO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동 본사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DB
오픈AI가 지난달 1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픈 AI 코리아' 공식 출범을 알렸다. ⓒ데일리안DB

이번 협력은 결국 두 축으로 나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등 메모리 공급을 책임지고, SK텔레콤과 삼성SDS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을 맡는 구조다. 여기에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이 플로팅 데이터센터라는 미래형 옵션을 더하면서, 오픈AI는 메모리부터 인프라까지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는 오픈AI 한국 지사 출범 당시와 대비해 전략적 맥락을 분명히 보여준다. 당시 오픈AI는 “한국은 AI 풀스택 생태계를 갖춘 허브”라며 삼성·SK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데이터센터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의 핵심은 막대한 연산 자원과 반도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잠재적 파트너로 언급한 바 있다.


오픈AI가 한국을 택한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시장도 있다. 한국은 챗GPT 유료 구독자 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에 달하고, API 활용량 역시 글로벌 상위권에 들어선다. 여기에 정부가 ‘K-AI 정예팀’을 출범시키며 AI 반도체와 데이터 주권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도 맞물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SK의 참여로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두 축이 동시에 확보되면서 한국은 글로벌 AI 인프라 전환의 핵심 무대로 부상했다"며 "다만 대규모 전력 수급과 입지, 규제 환경, 소버린 AI(자국 데이터 주권)와 글로벌 기업 이해가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 리스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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