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배임죄 70년 만에 폐지에 '환영'…"향후 규제 개선의 초석"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9.30 10:05  수정 2025.09.30 10:06

"기업 현장 의견 적극 반영한 결과로 긍정 평가"

"경제형벌 합리화 지속 추진해주길 바라" 요청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여당이 배임죄가 과도한 경제 형벌로 작용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고 배임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에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경제형벌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배임죄는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기업 운영과 투자에 부담을 줘왔다"며 "이 때문에 배임죄 개선은 재계의 오랜 숙원이자 수십년간 요구돼온 핵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제계에서는 그동안 줄기차게 형법상 배임죄 폐지 혹은 완화를 요구해왔다. 개정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서 이사들이 내린 경영상 판단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주주들이 배임 혐의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최근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와 경제형벌합리화 태스크포스(TF)와 경제8단체 간담회 자리에서 "입법의 순위에 있어서도 1, 2차 상법이 개정되다 보니 1차 상법이 개정될 때 '이사 충실 의무'에 대한 걱정을 경제계가 많이 하니까 (정부·여당이) 배임죄를 개정하겠다 약속을 했다"며 "현장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 해석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2차 개정이 이뤄지고 하다 보니 기업들의 불안이 더 커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배임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이래, 정부·여당이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경제형벌 규정 110개를 개정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제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대한상의의 강석구 조사본부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방안은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경제계가 지속 요청해온 배임죄 가중처벌 폐지, 행정조치를 우선하고 형벌을 최후수단으로 한 점, 형벌 대신 경제적 페널티 중심으로 전환한 점 등은 경제형벌 합리화 TF 출범 이후 경제계와 소통하며 기업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앞으로도 공정거래법상 개인과 법인을 하나의 사실로 동시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 양벌조항이나 동일인 지정자료 제출의무 위반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부분도 추가로 개선하는 등 경제형벌 합리화를 지속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경제형벌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향후 규제 개선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경총은 "1년 내 경제형벌 규정 30% 정비라는 정량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규제 개선의 실질도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경제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반영해주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사업주 처벌 수준이 강화되는 노동관계 법률의 형벌 수준이 적정한지를 재검토하여 실제로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현장의 사업주들이 과도한 처벌로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조치는 과도한 형벌로 위축된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웠던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하고,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 관련 양벌규정을 개선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본부장은 "여전히 수많은 법령에 단순 행정의무 위반의 범죄화, 중복 처벌 등 과도한 형벌 규정이 산재해 있음을 감안할 때, 경제형벌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역업계도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희철 한국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은 "상법·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등 잇따른 입법으로 기업활동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형사처벌 리스크 완화로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고, 개별 법률별로 과도한 형벌을 완화한 이번 조치는 기업의 투자·고용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당정이 경제형벌 합리화 TF 출범 후 두 달 만에 1차 과제를 도출한 것은 경제계의 어려움과 요청에 속도감 있게 답한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발표가 출발점이 되어 당정이 추진 중인 경제형벌 30% 축소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향후 후속 입법 및 추가 과제 발굴 등에 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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